둬 달 전부터, 화장실에서 보는 책은 20여년 전에 출간 된 '고등학교 漢文' - 딸내미 고등학교 때 배우던...
본다고 해야, 뭐 길어야 한 몇 분 정도씩이지만,
막연히 짐작, 느낌으로만 넘겨버렸던 한자의 허虛자들에 대한 바른 쓰임과 풀이는
요즘들어 잘 알게 된 '맛'이다.
우리가 한문 배우던 시절에 비해, 요즘의 책은 혼자서도 공부하기 좋도록 꾸며져서
깊이를 모르고 껍질만 훑었던 내 앎에 삼겹살 맛기름칠이 더해지는 듯 하다.
거기에, 딸내미가 漢字 마다마다에 연필로 달아놓은 音들이 잘못 된 것 더러 있어서
가끔 킬킬거리기도 하면서 읽게 되어 책 보는 재미가 더욱 쏠쏠하다.
한편, 거 참... 저렇게 일일이 음을 달자면, 얼마나 시간 많이 걸렸을까, 측은하기도 하고.
하긴, 내 생각에만 '측은'일 뿐이다. 일일이 토를 달고 음을 달았어도
녀석이, 지금의 제 삶 살아가는데에는 하등 불편함 없는 모양이니까...
요즘이야 한자 하나 안섞인 신문도 있고,
친절하게도 한자 뒤에는 괄호 ( )안에 한글표기를 붙여주는 e-편한 세상,
무슨 부에 무슨 변, 몇 획... 목침보다 두꺼운 옥편, 침 묻혀가면 뒤적거릴 일 없다. - 요새, 나도 전자사전 쓴다.
그러니, 애터지게 '쇠꼽 鐵 길 道 나를 飛 다닐 行 기틀 機 ...' 배울 일 없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잘, 제대로' 배웠기에 漢文의 깊은 맛을 조금이라도 알 수 있음이 좋고,
한자 쓰는 순서를 제대로 배웠기에 '잘'쓸 수 있어서 자랑스럽다.
한자, 한문이라면 지레 알러지 반응부터 보이는 요즘 아그들에게는 도대체 그런 게 '뭥미? '일지 몰라도 말이다.
그래, 굳이 한자 쓸 줄 모르고, 한문 풀이 못해도 늬들 세상 사는데는 지장없단다. 돈 워리, 네버 마인~~~
배우고 때때로 익히니 즐겁지 않은가 ! 자왈 학이시습지불역열호
* 쇠꼽 : 지금도 그런지 모르지만, 강릉부근에서는 쇠를 '쇠꼽'이라고 했다.
중1, 국어시간 선생님이 "쇠'꼽' 철 길 도" 할 때, '쇠꼽?'
선생님도 쇠를 쇠꼽? 싶었던 느낌은 한문 볼 때마다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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