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여름 옥수수 밭 우리 고향들, 가난한 밭머리 늦여름 날근날근한 잠자리 날개 늘 쉰 내 나던 적삼 업고, 안고 말 가르치던 푸른 적 거기 어버이들 말라 붙은 가슴들이 바람(望)으로 여즉 버텨 섰다 여긴 다 개안타고 너거들 어질게 착하게 단디 지내라고 건듯 바람(風)에 객지로 타지로 안부를 부치는 서걱.. 느낌, 그 여운/에스프레소 2013.08.22
옥수수 새벽장 봐 온 찰옥수수 껍질 벗기며 '강냉이가 꼭, 옛날 촌에 엄마'들 같단다 야무진 貞節, 열 댓 겹 속곳 입고 주렁 주렁 땡볕에 업고 서서 제 몸 찌들리우는 압력솥 딸랑이가 그쳤다. '참 찰지네' '이거, 당신 하모니카...' '전에 당신이 불어 줬잖아 - 후후후후 후후후 후우우...' 그랬었나.... 느낌, 그 여운/에스프레소 2013.07.17
내가 닫은 門 문을 닫고 돌앉아 홀로 빛나리 견고한 城안에서 걸어 잠근 문을 뒤로 날아 오르리, 홀로 푸름이 되리 무릎에 닿은 귀, 고독한 君主 견고함은 나에게도 견고하다 추락하는 초라한 새 푸름은 교만한 나래 너머에서 푸르러 견고한 城안에서 푸름 아래에서 외그림자 무게에 무릎을 꿇다, 문은.. 느낌, 그 여운/에스프레소 2013.06.26
憂鬱 내지는 雨鬱 / rainy day 하늘 흘기다 타이어 한 번 툭 차 보고 더 찌부러지는 삶을 궁시렁이며 구정물 튀기는 뒷축으로 짜증 남기고 가버렸다, 리어카 할배 '아, 지랄하고...' 팽개쳐진 불구의 꿉꿉한 휴식 참을 만큼 참아 온 타이어가 울어 지랄같은 비 끌어야 할 삶은 태산인데 비는 내리고 비는 내리고 내리는 .. 느낌, 그 여운/에스프레소 2013.06.20
이사 한 뼘 옥잠화 이파리 물방울 딛는 달팽이 이사 구경을 한다 비 개인 아침, 손 없는 날 11층 베란다에 사다리가 걸쳐지고 햇살에 맨살 부끄러운 이불장세탁기냉장고, 파리한 분재 화분 ... 또 어디 낯선 하늘 짐 따라 이사를 한다 몸뚱이 싫어지면 어디로 갈거나 내 영혼이 중얼대는 소리 가.. 느낌, 그 여운/에스프레소 2013.05.12
동짓달 아침 - 개집 앞에서 禪僧이다! 웅크려 딱 맞는 冬安居 가을 느티 잎 한 자락 깔고 엎딘 동짓달 밤 혼자 풀어야 할 公案 소리 죽여 오만 잎 지고 하현이 빛나고 깊고 깊었던 밤 옅어져 제 꿈에 빠지지 않고 돌아 온 기지개 켜는 悟道訟의 아침 무서리 반짝이는 빨간 플라스틱 밥그릇 철철 햇살 공양 - 동짓달 아.. 느낌, 그 여운/에스프레소 2012.11.19
양푼 비빔밥 '반찬 없는데..' 옆지기 서글픈 날 아빠는 더 크게 웃었다 묵은 김치, 강된장에 참기름 조금, 아니면 뚝뚝 뜯은 상추, 고추장 하늘보다 큰 알미늄 양푼에 고깃칼 제 때 살 수 없는 울분도 같이 싹싹 비벼 버렸다 유치원도 안 간 때 부터 세상에서 젤 맛있는 것은 김치, 상추 벌겋게 비빈 '아.. 느낌, 그 여운/에스프레소 2012.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