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 그 여운/블랙커피

뇌물 - 수박이 굴러다녀서 혼란스러운 머릿속

가을길 2011. 8. 18. 22:19

 

 

며칠 전, 저녁무렵, 벨이 울려서 나가보니, 낯선 아저씨, 수박 한통을 들고 왔다
" **일보에서 왔는데, "우수독자" 님에게 감사의 뜻으로..." 
- 아마도, 다른 신문 보지말아 달라는 거겠지..., 수박, 달게 잘 먹었다.

바로, 어제 아침 일찍 집을 나서는데, 식구도 분리수거 쓰레기 내간다며 같이 나왔다.
경비실 옆에서 서성거리던 사나이, 가 부른다,
그 : "아저씨, 혹시, 댁에 무슨 신문 보세요?"
나 : "**일본 데요..."
그 : "저는 ○○일보에서 나왔는데요, 이번에 좀 바꿔서 보시지요...."
나 : "그냥,  보던게 낫겠지요..."

그러자, 이 사나이, 가방에서 작은 봉투를 꺼내서는 척 보기에도 댓 장 되어 보이는 상품권을 보여준다.
듣고있던 옆지기의 눈이 반짝거리기 시작하는 듯...
그 : "우리 ○○일보 구독해 주시면요, 이거 바로 드립니다."
옆 : "그거 어디건데요?" - 이런, 이런, 이런 '아줌마'의 노골적인 흥미라니, 세월이 사람을 저렇게 뻔뻔하게 만드나...
그 : "바로 요 앞에 *** 상품권입니다."
옆 :  무지 뻔뻔하게도, 상품권을 손으로 만져보면서, "이거, 위조 아녜요?" - 참, 기가 차네...
그 : "허허허, 지금 바로 가셔서 물건 사도 됩니다..."
옆 : 일말의 갈등도 없이, "여보, 안그래도 우리가 **일보 2년 넘게 봤는데, 이번에 바꾸자."
나 : "무신 소리고, 아레께 수박도 한 통 얻어 먹고서는..."
그 : "우리 거 보시면요, 더 잘 해드리께요..."
옆 : "더 잘해 주신대, 여보 그냥 바꾸는 걸로 하께." - 일방적인 통보.
그래서, 몇 달을 무료, 그 후 일년은 꼭 구독하기로 하는등의 구두계약을
식구와 그 아저씨가, '"원만하고 화기애애' 하게 진행하는 것 보면서 출근했다.

일 마치고 집에와서 보니,
옆지기, "짠~~~"  하면서, 싱크대 서랍에서 꺼낸 상품권 (만원짜리) 다섯 장을 부채같이 쫘악 펴보이며 좋아 죽겠단다.
옆 : "여보, 내 잘했재, 그쟈 ~~"
나 : "그래, 당신, 결단력 있고 의리 없다 ! 만세다 ~~~."

"뇌물에 안넘어가는 사람은 없다. 다만, 그액수가 문제일 뿐이다" , 라고 괴테? ???가 말했던가 ...

머릿속에, 자꾸만 그 수박이 머릿속을 굴러 다니는 바람에, 나는 좀 혼란스러웠다. - 20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