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 그 여운/블랙커피

아네모네 마담의 커피는 어떤 맛일까...

가을길 2011. 8. 17. 13:13

 

자주 가는 거래처에서는, 지가 알아서 '물 더하기 커피만'으로 조제해 주거나,
다방에 배달주문 하더라도, "커피 두 잔, 커피 따로..."  한다. - 즉, 내가 와 있다는...

 

날카로운 소리의 50cc 오토바이 소리가 그치고, 또각대는 구두 소리,

울퉁불퉁 몸매, 희한한 염색머리 반바지 처자가 도착한다.

한 잔에는 보온병의 물, 커피 설탕 프림... , 다른 잔은 물에다, 커피 하나 반 숟갈.

능숙하게 조제, 공급 마친 처자는 벽에 기대고 서서 껌을 질겅인다.

즉, '어이, 이 아저씨들아, 빨리 좀 마셔라, 바쁜 몸이다... ..' 하는 과시.

 

 

古典이 된 '아네모네 마담' - 주요섭님의 소설, 영화로도 소개 된.

뭐 그런 낭만 아니더라도, 요즘에도, 좀 그런, 비스무레한 맛,멋이 조금 있었으면......

 

느긋한 마음으로 '다방'에 가본지가 언젠지 모르겠다.

'명동시대- 일제시대...'의 전설, 그 뒤 선친께서 다방에서 신문기사 쓰던 그런 시절 조금 뒤,

내게도, '다방'... 그런 조금의 낭만은 있었는데...

 

주머니에 달랑, 커피 한 잔 값 (삼 십원) , 그리고 집에 갈 버스비 (학생 15원) 밖에 없었어도
강의 빨리 끝난날은, 학교 근처 다방에 죽치고 앉아서 리포트고 쓰고, 학보신문 원고도 쓰고,
이놈 저놈 앉아 미팅이니, 시화전이니... 음모도 꾸미면서 통금시간 안걸릴 정도 까지 죽친다.
"오차, 함 더 ... 함 더 ... , 함 더 ..."

꼴랑 커피 한 잔 시키고서, 언제까지고 성가시게 해도, 
예쁜 레지(레이디) 누나들, 한복, 원피이스, 투피이스 고데머리 마담아줌마는 예쁘게 웃었는데...

- 손님 뜸할 때는, 계란 노른자 띄운 커피도 써어비스... 감격시대!
"여기, 이 음악... , 저 음악...  비지스 씨씨알 김민기 양희은, 산까치, 하얀나비 ...' 해도 

즄박스안의 선배는, 그냥 무심히 무심히 싱긋 웃으면서 레코오드 판 더듬고...

하기사, 요새 그런 다방했다가는 ... ...  끔찍하다, 그 결과가.

 

※ 근래, 커피전문점, 몇 번 가봤었지만

    이름들도 어렵고, 비싸기는 머시 그래 참말로 비싸더노...  
    그런데서는, 4000원 짜리 아메리카노 시켜도 눈치 받겠더라.

    빨리 먹고, 얼른 자리 비켜줘야 '야만, 원시...' 소리 안듣겠던데... 
    비싸서, 이제 그런 곳 다시는 안간다. - 얻어 마실 수 있는 때라도.
    에소프레스, 캐러멜 마끼야또...  두 잔 마시느니, 차라리, 순대 한접시에 막걸리가 좋다.  

 

니도, 내도 차암 '피이쩍' 마른 세상이다. 

요즘에도 아네모네 다방... 그런 생각하는 내가 안됐기도 하다...

 

물은 셀프 입니다

커피는 셀프 입니다

그러므로 물 이꼬루 커피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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