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 그 여운/블랙커피

피아노

가을길 2011. 8. 16. 21:39

맞은 편 棟에 노부부가 이사를 오는 모양이다, 아침 이른 시간.

사다리차, 익스프레스 차 때문에 내차가 빠져나가기 좀 그런데...  했더니
'한 10분만' 기다려달란다. 오케이, 10분 정도야...

그동안, 조그만 화물트럭이 왔다. 피아노를 실은 듯 - 경험상, 두툼한 커버 씌운 것 봐서 알 수 있다.
사다리 차로는 피아노가 못올라 가니까, 엘리베이터로 올려야 한다.

할아버지 : "구닥다리를 어디까정, 노상 끌고 다녀, 이 사람 참..." - 못마땅한 모양.
피아노 아저씨 (운반하고 온) : "그래서 제가, 제가 20만원 드린다고 파시라고 했잖아요, 운반비도 안나올거라고..."
할머니 : " **이 건데, 방학때 애들하고 오면, 애들이 잘 갖고 놀 것 아뉴, 그리고
              갸 하고 같이 큰 건데 어째 버리누..."
할아버지 : " 이사할 때 마다 따로 돈 들고, 집 비좁고. 하여간, 말을 안들어 말을."
할머니    :  - 좀 무안해선지,  날 보고 싱긋 하신다.
               "우리 때문에 기다리시우? 미안해서...
                저 피아노가 우리 딸하고 동갑인데, 저걸 어째 남 주고 해유? 안그래유?
                딸애가 좀 큰 집에서 살게 되면 저거를 그리 보내야지..."
그 피아노도 무사히 올라갔고, 이삿짐 차들도 잘 떠났다...

묵은 피아노... , 속이 좀 편치 않다.
딸아이 초등학교 입학 때 누님이 사 준 피아노를, 딸아이 고등학교 진학할 때 팔아버렸다.
- 생전 치지도 않고, 이사할 때 짐 될거라고 - 지금 집으로 이사하기 전이었으니.
나중, 딸아이 대학 2학년 때, 전자 피아노를 샀는데,
소리가 정말 맘에 안들어서 딸내미도, 나도 합해서 100번도 안쳐보고, 여즉 천덕꾸러기다.

그 피아노, 좀 참고 그냥 뒀더라면,
훗날 훗날에도 딸아이는 진짜 피아노를 칠 수 있을 것을,
그리고 딸아이도 제 아이들에게,
"이거, 엄마가 초등학교 때 부터 치던 거야.." 라고 말해 줄 수 있을 텐데...
이거는 엄마, 아빠가 실수한 것 맞다.
묵은 것이라고, 마구 없애버려서, 네 예쁜 추억 하나를 없애버렸구나...


※ 식구는 딸내미를 유치원 때 부터 중 3때까지 피아노 학원에 보냈었다.
그런 계통으로 시킬 것, 전혀 아니었으면서...
요즘도, 어쩌다 한 번씩 (1년에 두, 세 번?) 딸내미가 전자피아노를 치는데 재미없다, 클래식.
내사, 가요나 팝 반주를 딸내미가 배웠으면 한다, 이제라도.
그러면, 제 나중에라도 더 멋진 싦의 일부가 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