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 그 여운/블랙커피

기억, 내지는 추억, 을 무엇이 불러일으키나...

가을길 2011. 8. 12. 20:53

상대가 내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달라고 했을 때, 제까닥, 바로 답을 못해 준 적 몇 번인가 있다.
뭐, 한 2~3초 정도 지나서 정확한 - 정확한 것이 당연하지 - 답을 해 주곤 했지만,
꼭 한 번, 도무지 생각키우지 않아서 지갑 꺼내, 내 명함을 보고서 알려 준 적 있었다.
- 그럴때, 좀 갸우뚱? 하는 듯 한 상대의 표정에 나도 내가 민망했다.
- 모두가 한 2~3년 이내의 일들이다.

잠재의식이 뭔지 잘 모르지만, 아마도 그런게 있긴 있는 모양이다.
지금 당장에 외우고 있어야 할 전화번호,... 뭐 이런 것들은 까암빠악 하면서도,
요즘들어 좀 조용한 시간 되면, 생전 생각 해 본 적 없었던 오래오래 전 일들이 시나브로, 아주 생생하게 떠오른다.
일부러 생각을 하거나, 뭐 어떤 동기가 있는 것도 아닌데.
- 당시에는 아주 시시콜콜 해서, 그 일이 지난 바로 뒤에는 그냥 잊혀졌었겠지만,
그래도 그때엔 '무언가의 의미'들이었었던지, 그무렵만 해도
깨끗했었던 내 뇌세포의 저장고에 점 하나로 찍혔었던 갑다.

조금전, 폐지 가득 실은 리어카가 늦겨울 바람속에 힘겨워 보인다... 싶더니, 갑자기
정말 선명한 총천연색으로 머릿속에 클로즈업 되는 장면 하나!

좀 비탈진 언덕길에 책이 가득가득 실린 리어카,와
그 리어카 뒤를 열심히 밀고 있는 까까머리의 나와 친구 한 녀석의 모습!
분명히, 고1때의 여름방학 어느날이다. 그러니까, 벌써 40년도 더 지난...!
독일어 가르치시던 담임선생님이 어딘가의 대학교 강사로 가시게 되었기, 이삿짐 나르기 돕던날이다.
"장개(장가)는 언제 갈라꼬 맨날 저래 책만 모다가주고(모아서) 댕기는지..."
리어카 따라 오시면서, 하시던 선생님의 모친의 걱정서림 말씀...  - 여기서, 머릿속의 장면은 끝.

그 선생님과는 불과 4개월 정도의 독일어(담당) 공부와, 담임이었었다는 것 뿐...
* 독일어 남성여성중성동사관사의변화 외우던, 어금니에 신물이 나던 지겨움.
* 입학식 마치고 교실에서의 첫상면, 암말도 없이 칠판에다가
'생활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 지나간 것은 그리워 지니라 - 푸쉬킨' 이라고
시를 다 판서 하고는, 한자로 *** 당신 이름을 써놓았던 좀 별난 첫인사,
* 이삿짐 다 나르고, 개찰구 나가시기 전에 '탁구치고 가라'며 주시던 50원'...
글쎄, 이정도의 기억거리 밖에 없는데 말이지, 왜?
그냥 지나가는 폐지실은 리어카를 무심히 보다가, 왜? 왜 갑자기? ???

※ 내 결혼준비로 방 옮길 때, 책 꾸려넣은 박스가 가득가득 가득가득 리어카 두 대 넘는 것 보시고서,
장모되실 분 말씀, "총각이 통장은 없고, 책만 태산겉네..." 라고 하시긴 하셨다.
 
지금, 정작에 내한테 필요한 것은 말이지,
내 전화번호라던가 - 이순간도 쪼끔 가물거리네-에 깜박거리지 않고
마트에 가서, '치킨 타월은 어디 있어요?' 라고 매장 직원에게 묻는 짓을 하지 않는 것이다.
치킨타월이라니,... 내가 생각해도 참 내가 한심코 서긆다.

다 잊고 살기도 그렇고,
깨작깨작 모든 걸 다 반추하기도 그렇고...
에궁~점심 먹으러 가야지, 2시 넘었네.
밥 생각도 이젠 깜박깜박 하려는 갑다...

바뜨, 비아그라가 어부인을 위한 것임을 아는 한, 치매에 걸린 것 아니다... 라는 말로
나이먹은 남자를 위한 조크가 있긴 있다. - 2010.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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