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 그 여운/블랙커피

사나이 우는 마음 - 꼬마라도 사내는 사내다, 할 말은 꼭 뱉는다!

가을길 2011. 4. 6. 12:51

 

 

※ 이렇게 도란도란 빙수 부녀.

 

 



사진찍기 하러 가는 길, 동네 치킨집.
한 10분 정도 기다려야 한다는 치킨세트를 주문하고서, 
쪼매난 계집아이와 아빠가 도란도란, 빙수 한 그릇을 같이 먹고 있는 뒷자리에 (한 테이블 건너) 앉았다.

- 사진 찍으려...

조금뒤, 빙수계집아이 또래의 머시매와 아빠가 들어와서
꼬마는 곧장 내 앞자리 - 그러니까, 빙수팀 바로 뒷자리-에 앉고,
꼬마의 아빠는 계산대에 가서 무슨 무슨 치킨 포장해 달라고 주문을 하고는 꼬마가 앉은 자리로 왔다.
그 잠시 동안에 벌써, 녀석은 앞자리의 빙수에 필이 꽂혔던 듯.
온몸을 비비꼬며 빙수쪽을 보다가, 제 아빠를 보다가 ... 온갖 몸살을 한다.
꼬마의 속내를 알 길 없는 녀석의 아빠는 벽에 붙은 메뉴들을만 본다.
그릇 닥닥 긁어가면서 빙수를 다 먹고서, 빙수아빠는 빈 그릇 반납하러 가고, 
시원달달한 흐뭇함이 가득한 얼굴의 계집애가, 두 무릎을 의자에 딛고 올라 앉아
가게 안을 둘레 둘레 하다가 뒷자리의 꼬마와 얼굴을 딱 ! 마주쳤다.
그러자 뒷자리 꼬마가 뜬금없이 자기 아빠에게 묻는다.
꼬마 : "아빠, 우리는 치킨 시켰지?"
아빠 : - 아주 아주 심드렁 하게 "응"
꼬마 : "아빠, 치킨이 빙수보다 맛있지?"
아빠 : "아냐, 둘 다 맛있어" - 
꼬마 :  ......
계집애 아빠가 자리로 돌아왔다.
계집애 : "아빠, 빙수가 젤로 맛있지?"
아빠   : "응, 빙수 맛있었지? 자아, 이제 집에 가자"
계집애 : "아빠, 근데 빙수가 맛있어? 치킨이 맛있어?"
아빠   : "아빠는 치킨 좋아하는데, 네가 빙수 먹자고 했잖아. 담엔 우리, 치킨 먹자"

시무룩한 얼굴이 된 계집아이, 아빠 손을 잡은 채, 꼬마네 옆을 지나면서
꼬마의 마음에 깊이 깊이, 오래 오래 상처로 남을 촌철살인의 카운터 펀치를 날린다.
"아빠, 그래도 우리가 일떵 먹었지?"  - 아마도, 자기들이 먼저 와서 먹었다는 뜻인 듯...


그 한마디가 치킨꼬마의 머릿속을 완죤 패닉 상태로 맹글었는갑다.
아, 역시나!  어려도 여자는 여자다.
저 예리한 말솜씨라니... 
피식 웃음이 났다.
그리고 한 방 오지게 먹은 '녀석'에게서 느껴지는 동병상련의 아픔.

빙수부녀가 나간 뒤,
내가 주문한 치킨도, 꼬마네 치킨도 거의 같이 나왔다.
아빠가 꼬마를 데리고 카운터로 가서 포장을 받아 들고는
'자아, 집에 가자...' 하며  꼬마 손을 잡으려니까
그 녀석, 맺히고 맺혔던 응어리 한마디를 토한다. 
"아빠아~~~, 우리도 여기서 먹고 가면 안되?"
 
가끔, 그 가게 들를 때 마다, 녀석의 마지막 절규가 자꾸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