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 그 여운/블랙커피

자연산 아름다운 꽃 - 아파트에서 마주치게 되는 풋풋함

가을길 2011. 4. 10. 20:52

 

 


15층 아파트의 한 라인 30가구면, 어디 한적한 시골 동네의 '절반 정도의 가구수' 는 될랑가?
10여전, 우리가 이사 와서는, 한지붕 덮는, 같은 라인 여나믄 집에 떡을 돌렸었고
우리보다 늦게 이사 온 집들에서 갖다 준 떡을 몇 번 먹기도 했었다.
요즘 이사철, 우리 라인에도 컨테이너, 사다리차가 몇 번 부릉거리네 싶었는데, 떡 한 쪼가리 볼 수가 없다.
떡을 바래서는 아니지만, 나도, 너도, 한동네에 사는 사람들 치고는 좀 야박하구나 싶다.
그래서 사람은 흙을 밟고 살아야 한다고들 하는가 보다.

3층에 사는 우리는 엘리베이터를 탈 일 없으니, 그나마 한지붕 (같은 라인) 사람들 하고 마주쳐 인사할 기회도 적어서
공동 출입문에서 마주쳐도 그냥 서로 비켜 댕긴다. - '먼저 인사하기' 이런 구호가 벽에 붙어있지만 그게 어디 선뜻?

그런데 가끔은 엘리베이터에서 막 나오거나,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서있는 
예닐곱살쯤 되는 한 꼬마를 만나게 되면 정말 반갑고 좋다.
'안녕하세요 !" 꾸벅 고개 숙이며, 또랑 또랑하게도 인사를 한다.
녀석의 인사에 내가 외려 당황해서 처음엔 미처 답도 못하고 지나쳤었었다.
며칠 후에 또 마주치게 되었는데, 역시나
"안녕하세요 !" 똘똘하게도 인사를 한다.
'응, 그래. 넌 몇 호에 사니?"
"****호요"
"인사 참 잘하는구나. 고마워."
"할머니가요, 꼭꼭 먼저 인사 드리라고 했어요...."
꼬마는 엘리베이터에 타서도 인사를 한다.
"안녕히 가세요!"
옆지기에게 꼬마 이야기를 해줬더니, 초등학교 1학년이란다.
"걔 착하다고 소문났어 ..." - 옆지기.

등교시간이 좀 넘었는듯 한데, 부모인듯한 어른들과 함께 엘리베이터에서 나오는 꼬마와 마주쳤다. 
"안녕하세요 !"  - 약간 시무룩...
"학교 안 갔니?"
"할머니가 돌아가셔서요, 지금 할머니댁에 가요......" 
무어라고 말을 해 줄 수 없어서, 머리만  만져주고 말았다.

녀석, 너를 예쁘게 잘 가르치신 할머니를 마지막 뵙고 와서도, 그 예쁘고 풋풋함 잃지 않기를 ......
너는 아파트에서 피는, 자연산 아름다운 꽃이다.

 


주차장 벽, 경비실, 현관에 색 바랜 채 붙어있는

"먼저 인사하는 정다운 *** 아파트 !" - 까막눈이들에게 글이란, 사치고 낭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