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먹이를 문 채 마당을 종종거리는 엄마새.
일본 여류 하이쿠 시인 치요조 (千代女)의 하이쿠,
'나팔꽃 덩굴에 두레박 줄 뺏기고 얻어 마신 물' - 全文
朝顔(あさがお)や 釣甁(つるべ)とられて もらひ水(みず)
짧지만, 가슴 서늘케 하는 번쩍임 있어,
하이쿠도 漢詩와 더불어 가끔씩 뒤적거린다.
담백함이 좋다.
아침밥 지을 물 길러 우물가에 갔더니
밤새 벋은 나팔꽃 덩굴이 두레박 줄을 칭칭 감고 있어
차마 두레박을 쓰지 못하고서, 옆집의 물을 얻어 왔다.
- 뭐, 대충 이런 배경인 듯.
얼마 전 부터, 회사 마당의 목재창고 부근을 이리저리 들러보는데,
어딘가의 근처에만 가면,
가슴이랑 배가 예쁜 노랑색의 새 두마리가 다급하게 우짖습디다.
'둥지 틀었는갑다...' 짐작만.
지난 금요일, 지게차가 창고정리 하려 그 부근에서 왔다갔다 하고 있는데.
이날따라, 유난히 다급한 듯한 소리의 그 새들이 폴짝거리며 야단법석 입디다.
지게차 기사 : "저어기 둥지가 있어요..."
목재 쌓아놓은 곳, 내 키보다 한 1m 정도 더 높은데에 둥지가 있답니다.
억지로 나무더미 틈새로 비비고 올라가보니, 어두컴컴한 속의 둥지에
새끼 한마리 눈을 딱 감고 숨도 안쉬고 움추리고 있었습니다.
위험하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린 듯.
이 속물 욕심에, '카메라 갖고 와서 둥지속을 함 찍어 봐야지...,' 했다가 그만뒀습니다.
- 발판 놓고 찍을래면 왜 못했을까만, 그렇게 까지는 할 맘 안내켰습니다,
어미새들의 우짖음과 퍼득임, 그리고
더 할 수 없이 움추리고 있는 모습 때문이겠습니다.
며칠 뒤, 곧 입고 될 자재 때문에 둥지 있는 곳의 목재를 지금, 옆자리로 옮겨야 하는데... 하며
지게차 기사도 좀 난감한 얼굴입니다.
임시로, 옆창고 좀 치워내고서 거기에 새로 들어 올 자재를 놓기로 했습니다.
그러면 한 보름 동안은, 저 둥지 있는 쪽을 안건드려도 될 듯 합니다.
이러는 동안에도 어미새들은 먹이를 문 채
마당으로, 전깃줄로, 처마 아래로... 퍼덕거리며 난리가 났었습니다.
O.K, you win...!
우리가 양보하께...
어미새들에게 무척 미안했었습니다.
문득, 치요조의 하이쿠가 생각 났습니다.
나팔꽃에 두레박 줄 뺏기고...
오늘, 평화롭게 지나갔습니다.
아마도 한 열흘이면 새끼도 날아댕길 수 있겠지요. - 2010.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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