守株待兎 - 눈 먼 토끼 기다리다 세월 다갔네
* 산비탈 밭 일구던 한 사나이, 아픈 허리 좀 쉬려 앉았는데
토끼 한 마리, 쪼르르 지나가다가 나무 그루터기 들이 받고 뇌진탕으로 죽어버렸어.
아이구 이런 횡재라니! 맛있게 구워 먹은 사나이...
그 뒤로 맨날 밭에 나가서는 괭이질은 안하고 쪼글트려 앉아서 토끼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다가
뼈빠지게 일궜던 밭이 그만 풀밭천지가 되어버렸지.
작년, 바람 살랑살랑 봄날을 걷다가 다리 쉼 하려 앉았는데
조오만치, 민들레 씨 하나 비죽이 제 먼저 고개 내미는 거라.
'물실호기' ,
조용히 다가가서 둬 장 담았던 사진이 나름 좋아서는
민들레 볼 적 마다, 혹시나 또 그때처럼 갸웃 고개 내밀랑가 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리게 되네.
오늘, 햇살 좋은 한갓진 길가에서 바람에 살랑이는 씨 무리를 만났네.
'흠, 오늘도 잘하면 ...' 설레는 기분으로 작정을 하고 엉덩이를 땅에 착 붙이고 앉았다.
바람도 마침맞게 불어 주는데, 야들은 살랑살랑 고갯짓들은 잘 하면서 '장마다 꼴뚜기더냐?' 방긋대기만 할 뿐...
한참 한참을 땡볕에 쭈글트려 앉았다가 맥없이 일어섰다.
내, 이런 미련 곰탱이, 토끼가 나무등걸에 박치기 하기만을 기다리는 꼴이 되었다.
옆지기의 눈칼은 늘 예리하다.
"오늘 뭐 한다꼬 얼굴이 그래 끄질었소 (그을렸소) ?"
그런가? 거울 보니, 내가봐도 그렇네... 그래.
눈 먼 토끼 기다렸다고 말을 할 수는 없다, 미련 곰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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