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빛 수목원,
몇 그루 산수유 나무에 발그레한 열매들은
늦가을 볕 아래에서도 참 곱지만.
열매 빠알간 껍질에 주름이 잡힌 한겨울,
햇살이 얼반 투명한 그 속살을 투과하면, 잘 세공 된 루비같이 더더욱 예쁘다.
지난 늦가을 오후,
용감무쌍 후안무치 무대뽀 철가면 아줌마 - 예순 줄 듬직한.
탐욕, 게걸,무지막지 몬 땐 진공청소기 신공으로
산수유 가지를 훑어서는, 아예 작정을 하고 가져온 듯 한 시커멓고 이따만한 비닐봉지에 담고 있다.
가느다란 가지는 그대로 딱딱 꺾어서 봉지에 담아 넣는 품새가, 많이 해 본 듯 하다.
'뭐 저런 기 있노...' 어이 없어 한동안 보다가, 이 성질에 기어이 한 마디 하고 말았다.
- 내, 이런 까칠한 성깔을 죽여야 하는 줄은 알지만.
"저기 높은 데 것 '전부' 따드리까요...?" - 전부에 힘 주어서...
그러자, 딴엔 좀 머쓱했던지 대꾸도 없이 봉지 챙겨 휑하니 가버린다.
그래, 너거 신랑 오죽이나 힘 없어서 그랬을까, 이 여편네야... ㅉㅉㅉ
아지매, 당신은, 당신 남편 무기력까지 선전하고 댕기십니다요.
필요하면 산수유 나무 심고, 키워서 따먹던가, 아니면 사먹거라. 에라이 순~~~
산수유,
남자한테 좋은데
남자한테 참 좋은데
말로 설명할 방뻡이 없네
두고 보면 더 좋은데... - 너 때문이야.
미국에 간 배달의 자손 할매들이, 산에서 고사리 꺾다가 벌금 물었다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상수리, 도토리 눈에 띄는대로 줏어 담는 아저씨, 아지매들아.
당신들이 '별미' 도토리 묵 한답시고 훑어대는 도토리가
토끼, 다람쥐... 들이 겨울 지낼 양식의 85%를 차지한단다.
내사, 저런 '탐욕스런 노인네' - 그 어떤 그림의 제목이던가? 는 아니될란다.
오,가다 산길 모퉁이 산딸기 한 둬 개 맛보는 정도라면야
뭐 그닥 나무람 당할 일 아니겠지만.
나는요, 다람쥐 양식까지 훑어대는 그런 늙은이는 되기 싫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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