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 그 여운/블랙커피

단골집이 없어진다는 것...

가을길 2011. 8. 31. 22:14

 

어젯밤, 술자리 마치고, 택시 기다리는데
역시나, 택시 기다리며 서있었던 듯한 사나이가 말을 건네온다.
"저, 혹시 **동에...?"
낯은 익은데, 얼핏 ??? 물음표 물음표...
"거, 왜, 우리 식당에 빈대떡 드시러.."
아! 맞다 , 그 빈대떡 ... 빈대떡... 고시랑 머리의 그 주인이네, 그래...
반갑다고, 생맥주 한 잔 하자고... 가까운 호프로 갔다.
그 가게 치우고, 노래방 한다는 소문은 들어서 언젠가 회식 2차로 그 노래방 들러 본 후, 처음이다.
이제 그 노래방 장사도 안되서 그만뒀고, 뭘 할까 왔다갔다 한다는 얘기...
뭐든 오픈하면 전화드리겠다며... 그리고 택시들 타고 헤어졌는데...

오늘, 종일을 그 빈대떡 생각이 난다, 거 참... 비 안오기 다행이다, 이런날...

 

목례만 하고서, 책장에서 암꺼나 골라, '내자리'에 앉아 잠시 뒤적이면,
익숙한 냄새의 녹두빈대떡 두 장, 그리고 진한 좁쌀동동주 한 병... 그 뿐.
나갈때도, 익은 계산, 그리고 목례... 그 뿐.

예 닐곱해를, 철 바뀌나 해 바뀌나, 혼자서 (혼자일때만) 한 달에 두 세번은
꼭 다녔던 빈대떡집이 없어진지도 벌써 서 너해. 지금도 아쉬울 때가 있다.

- 임대료 비싼 골목에서, 빈대떡만으로 제법 오래 버티기는 했다.

주인(남자)은 묵은 레코드 틀어놓고, 친구들인성 부른 사내들과 잔 기울이고,
아주머니는, 가을부터 봄까지는, 난로 옆에서 뜨게질 아니면 책...

조용한 것이, 내게만 좋았지 그네들에게는 아닌 것이다. 당연.

 

단골되어 좋은 것은 '편안함'이겠다.
편케 살자고 맨날 불편하게 뛰어댕기다가, 어쩌다 한 번씩의 작은 여유가 주는 편안함...
필요하지 않은 말 필요없고, 필요한 말도 필요하지 않은 '편안함'

 

주인 좋고, 맛도 내생각에는 전국 최고였던 족발집, 도
어디론가 가버렸고 (부인의 건강이 무척 안좋았었다.)

테이블 두 개, 불편한 의자의 돈까스집, 그러나,
일본에서 배워왔다는 새신랑의 히레돈까스는 진저리 나도록 맛있었다.
만삭의 며느리와 시어머니는 손님 몇 명만 있으면
쉴 자리가 없어서 밖에서 서성거리던 그 돈까스집도 ... ...

 

이제 맛 찾아, 편함 찾아, 일부러 다닐 '열정?'도 없어져가고

남은 것은 '아쉬움' 뿐이다.

 

다들, 잘 되어서 잘 살기를...  빈대떡, 족발, 돈까스...

그러고보니, 내 메뉴, 참 단순도 하다, 단순해... 허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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