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 그 여운/블랙커피

가을우체국장

가을길 2011. 8. 31. 00:08

 

 

 

하도들, 가을이면
편지를 씁네, 단풍색 우체통에 집어 넣네
가을 우체국 앞에서 어슬렁 거리네
하고 난리를 치니까
우리 동네 우체국장은, 아예
가을 오기도 전에 우체국 단장을 했다.
'마음담아 정성껏 씌어진 편지는
천 번의 전화 보다 더 예쁩니다 !'
이런 현수막도 내 걸고,
따끈한 음료수도 준비했습니다.
눈부신 가을에
'가을편지'를 부치러 오시는
아름다운 마음들을 위해......

10월도 중순인데,
엽서 한 장 부치는 사람없어,
무지하게 슬퍼진 국장님은 부인에게
편지를 씁니다.
"너무들 감정이 메마른거야.
우린 그렇게 살지 맙시다, 여보 !"
절절히 글을 썼습니다.
받는이의 주소 : *****@****.com 하고서
"보내기" 클릭 !
오 ! 순식간에, 그 편지는
발송과 동시에 도착완료 되었지요

 

오~ 편리한 세상 !.
메일을 무사히 발송한 것에 저으기 흐뭇해하며,
국장님은 말없이, 잎새 물들어가는 창밖을 보면서
메마른 세상을 무지 슬퍼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