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불암씨가 오만 데 댕기면서 먹거리 소개하는 '한국인의 밥상' - 완도, 덕우도, 생일도.
썰물이라고는 해도 아직 뼈마디 시린 갯가,
올해도 그 겨울들 처럼 돌김이 갯바위에 돋았다.
전복 껍데기로 해의(海衣 김, 돌김)를 종일 그러모아 한 바구니,
잘게잘게 칼로 쪼아서 낱장 낱장 봄 짧은 햇살에 말린 돌김.
소금기름 발라 사그러진 숯불에 돌김 구운 할매는
혼자 밥을 먹는다.
"그래도, 지금이니까 이런 것이 (김)이 우리 입에 들어오지..."
"할배(남편), 할배는 막내가 세 살때 나가서 아직 안왔어...
막내가 올해 마흔 일곱이야."
- 완도 부근, 덕우도의 위현례 할머니 (87세)의 이야기다.
"미역이고 김이고 좋은 것은 우리입에 들어 올 것이 없었어.
여섯 번째에 아들을 낳으니까 미역국을 끓여 주데, 시어머니가.
지금도 미역국 맛있어. 고기 안넣어도, 그냥 (쌀)뜨물에 간장만 넣고 끓여도 맛있지..."
- 미역 따는 해녀 할매의 이야기.
어느 겨울 (초등때), 친구집에서 저녁을 먹게 되었다. - 정동진
온장 째 구운 김이 올라왔는데, 그 김을 반 접고, 또 반 접어서 잘라서 (4등분) 밥을 쌌다.
그런데... 친구 어머니 하시던 말씀 - 요즘도 김을 볼 적 마다 생각난다.
"부잣집 아(아이)는 김을 저래(저렇게) 싸먹네, 커단쿠로..."
좀 의아해져서 다른 식구들을 봤더니, 4등분 아니라 8등분으로 잘라서 먹네...
무척도 미안한 마음이들었다.
나, 부잣집 아이로 자란 것 아니다. - 외가의 덕에 힘들게 지나지 않았다, 뿐.
좀 있는 집이었던 외할매는 기름 바른 김을 사그러드는 싸리 숯불에
살랑살랑 뒤집어 구워서는 도마에 놓고 칼로 4등분 해서 상에 올린다.
그러다 보니, 김은 저렇게 잘라서 먹는 거구나... (무의식적인) 습관이었었을 뿐이었는데...
요즘, 8등분 정도? 로 잘라 포장해서 파는 김을 봐도,
즉석구이 김 (온장 짜리)을 봐도 늘, 그 엄마의 말씀, 미안함이 생각난다.
김 이야기 :
필리핀 마닐라에 출장을 자주 가던 때, 한 번 가면 열흘 넘게 씩 머물러야 하니까
buyer가 내 숙소에 전속 요리사를 상주 시켜서는 날마다 끼 마다
중국식, 일본식, 필리핀식 고급한 식사를 마련해 주었다. (한식은 못하는 요리사)
그런데, 토종된장 식성은 그 음식들이 3~4일만 지나면 넘어가지 않는 걸
늘 더부룩하고 소화가 안되는 기분...
두, 세번 지난 후의 출장때, 입맛 없을 때 먹으려고 구운 김 아주 많이, 그리고
불고기 양념을 여기에서 준비해서 가지고 갔다.
어느날, 요리사에게 쌀(우리가 먹는 자포니카)을 사오라고 해서 밥을 지은 후,
흰밥에 김을 곁들인 저녁식사를 바이어에게 대접했더니,
김을 처음 보는지라 좀 머뭇머뭇 하다가 내가 하는대로 김에다 밥을 싸서 한 번 먹더니
한참을 말이 없네.
흠... 뭐가 잘못됐나? 좀 미안한 마음이 되는데, 갑자기 내 어깨를 탁 , 치면서
"미스터 리, 이게, 이게 무슨 맛이얌. 정말 구웃 구웃 구웃~~~"
그래서, 한 보따리 남은 김을 몽땅 바이어에게 주었다. (부피만 컸지 ㅎㅎ, 돈으로 따져도 만원어지 정도?)
다음날, 최고급 향수, 벨트, 지갑, 다른 선물 셋들을 을 '김'에 대한 답례라고 받았다.
며칠 후, 불고기 양념을 한 쇠구고구이에도 이양반은 홀딱 반했다.
벌써 16~ 7년전 일이네. 불고기, 김... 좋아하던 그양반 보고싶네.
'느낌, 그 여운 > 블랙커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답답 (0) | 2012.04.26 |
---|---|
엑스트라 버진 extra virgin (0) | 2012.04.23 |
봄도다리 넣은 쑥국을 위해서 (0) | 2012.03.30 |
신고꾼 (0) | 2012.03.30 |
난 굶어도 싸다... (0) | 2012.03.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