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3일,
오랫만의 slowly slowly ~~~ - 비록, 반 쪽 짜리 여행이었지만 그 '느긋'함!
구포-밀양-경산-동대구-대구-구미-김천-황간-대전으로, 늦은봄을 달리는 '새마을' 열차!
오만 때만 차림의 오만 사람들이 오르, 내리고 쩝쩝대며 먹고 웃는 소리,
잘 준비 된 못자리들의 파릇파릇함, 먼 뎃 과수원의 몽글몽글 피어나는 연녹색...
늦은 봄 한가운데를 나도 같이 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봤자, 닫힌 공간에서 기껏 1~2분, 창밖만 보고 지나가는 것들에 뭐 그리 대수일까만,
시간 느긋함의 여유로움, 편안함은 느껴 본 사람만 느끼기다.
아침 8시 반, KTX 타고 구포로 내려 갈 때는
'빨라야, 저녁 먹고 8시 차나 타 지겠지...' 생각했었는데, 현장 준비가 잘되있어서 점심전에 볼 일이 마쳐졌다.
'흠, 얼른 구포역으로 가서, KTX말고 '천천히 천천히 가는 놈'을 타야지...' 하는 마음에
강촌으로 가서 점심 먹자는 것 마다하고,
공장에 들어올 때 눈에 띄던, 근처 중국집에가서 간짜장 (차림표 보는 순간, 막 땡겨서)을 시켰더니, 와~~~
여긴, 간짜장에 계란 후라이를 척 얹어 주네! - 흠, 다음에 오게 되면 이집 또 와야지, 속으로 작정.
나는 좋아죽겠는데, 막상 사장은 좀 불편한 듯.
"이기 무슨 경운교. 저어개(기) 가서 장어구이로 모실라꼬 캤디마는..."
"아, 갠차나 갠차나! 다음에도 여기서 하제이."
계란 후라이, 거 뭐 꼭 먹어서 맛이 아니라, 저어만치 옛생각을 왈칵 돋구는 기라......
새마을 기차가 구미역에 도착했다.
어떤 모자 (아들은 20대 초반)가 타더니, 그대로 통로에 서서는 배웅하러 플랫홈에 선 사람과
손짓을 해대며 뭐라 뭐라 입 벙긋댄다. 아마도 '갔다 오께, 고맙데이... ' 뭐 이런 정도.
기차가 천천히 출발하자, 그 모자가 앉아야 할 자리인 듯한 곳으로 가더니
아들 : (좀 큰소리로), "저기요, 여기 우리 자린데요..."
잠꾼 : (답이 없네...)
아들 : (좀 더 센 톤으로) "여보세요, 여기 우리 자린데요..." 하면서 어깨를 건드린다.
잠꾼 : (부시시 고개 들더니) "여기 어디예요?"
아들 : (좀 불퉁하게) "구미요."
잠꾼 : (후다닥 튀어 오르더니) "예? 구미요? 아이구..." - 스물스물 지나가는 창밖...
아들 또래 그 잠꾼, 전화기 리시버를 꽂고 꽤나 곤하게 잤던 듯...
잠꾼 : "여기 내려야 하는데..."
좀 불퉁했던, 엄마, 아들 그리고 그쪽을 보고 있던 너, 나, 우리 '흐흐흐흐~' 웃었다.
황당 + 당황의 잠꾼 녀석, 부리나케 일어나 저어기 어디로 빈자리로 가는가 싶더니, 한 20분 후
김천역에 도착할 때 출입구로 가네.
그래, 햇살 한참 좋은 오훈데, 까짓 한 정거장 더 가는 게 그닥 큰일일까나, 그쟈.
천천히 천천히 slowly slowly ... strolling 이런 재미는, 빨리 빨리 싶어 KTX 타면 느낄 수 없다.
'빨리 빨리!' ,
이말은 우리(한국인)와 같이 근무하게 된 외국인들이 젤로 먼저 배우는 말이(었)다. - 내 경험에 의해서도.
납기를 염두에 두어야 하는 각박한 공사현장(해외, 국내)에서는 뭐, '당연' 한 말이었겠지만,
요즘의 술자리 모임, 사진 모임... 에서도, 아닌 척, 은근히들 '빨리 빨리' 다.
'은근과 끈기...' , 라는, 우리 민족성에 대한 표현이 사실은 별로 그렇지도 않은 듯.
오히려, 얇은 냄비 같이 후딱, 발끈 달아올랐다가는, 이내 곧 밍밍하게 식어버리네...싶다.- 나 부터도.
근래 회자되는, 슬로(우)로시티, 슬로푸드... 공감한다.
그래, '돌솥' 이 되어보는 거야.
더디긴 해도, 밑바닥 누룽지 까지 얼마나 다 맛있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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