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 그 여운/블랙커피

나를 위한 사치 奢侈

가을길 2013. 5. 21. 13:34

 

사치 : 필요 이상의 돈이나 물건을 쓰거나 분수에 지나친 생활을 함.

↑ 사전에는 이렇게 사치를 설명하고 있다.

다행인 것은 돈이나 물건 따위를 펑펑 쓰는 것이 그러 하다고만 했네.

하기사, 생각만 하는 것은 남에게 전혀 부담, 피해가 없으니까.

 

기억도 잘 안나는 즈음에 어떤 마트에서 산,  오천원 짜리 드맆퍼 dripper (도자기? 사기?)의 테두리가

조금 이빨이 나갔단다. (엊저녁, 설겆이 하다가)

좀 미안했던지, 옆지기

"당신, 그냥 초이스만 마시면 안되나? 귀찮구로 여기 따루고, 저기 뎁히고 말라꼬 그라노.."

믹스 (믹스트 mixed) 즐기는 옆지기에 보기에는 내 짓거리가 좀 번거럽게 보였던 갑다.

 

주말이나, 좀 한가로우면 핸드 드리핑을 한다. (원두 볶고 갈고.. 하는 기구는 없고, 원두를 갈아서 파는 것 사서)

둬 잔 내리려면, 암만 못해도 4~5분은 걸리고, 그동안 내려진 커피는 미적지근해져서

한 번 더 끓이거나 하기 때문에, 좀 번거럽게 보이기는 하겠다.

하지만, 냉동건조 커피에 비할 바 아닌 그 깊은 내음 맡으며
방울 방울 듣는 소리 듣는 즐거움도 있어, 전혀 번거러움 아님을, 참새가 어찌 알까.

 

오늘, 마트에 가서 드리퍼를 하나 샀다. 거금 일 만 일 백원 짜리 (\10,100) 도자기 제품.

나는 나에게 핸드 드리핑으로 우려 낸, 진한 내음의 커피를 자주 대접하고 싶은 것이다.

 

면도(질)도 그렇다.

매일 아침 (주말 빼고) 해야 하는 면도, 나는 일회용 세 날짜리 면도기를 쓴다.

이래 저래 선물 받은 전기면도기가 장농 서랍에 서 너개 되지만,

어느 하나도 깔끔한 맛 나도록 면도가 되지 않는 상 싶어서, 한 두 번 써 본 담에는 다 쳐박아 버렸다.

그래서, 겨울이나 여름이나, 아침마다 내 뽈때기를 오므렸다 폈다 하면서 손면도질을 한다.

그, 한 2~3분 정도의 사치스런 시간 후에 느끼는 말쑥, 상쾌함이라니 !

 

커피 한 잔 내리려, 요리 보고 조리 보면서 쫄쫄쫄 물을 붓고, 기다리다가

깊은 내음과 함께 마시는 커피와,

맨질맨질, 어느곳을 쓰다듬어도 껄끄러움 없는 얼굴에 스킨로션 바를 때의 상쾌한 사치는

누려야 하는 것이다. 

 

새 드맆퍼로 내린 인도네시아 커피, 아하

정말 좋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