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 그 여운/블랙커피

이렇게 좋은날에

가을길 2013. 5. 6. 14:52

봄, 가을 주말 대개 그렇듯, 어제 일요일도 예식장행.

점심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방향 같은 후배 (59 돼지띠)를 태웠다.

- 이 후배, 외손주가 벌써 돐 지났다.

 

신호대기 중, 열어젖힌 창으로 아하, 그야말로 훈풍, 볕도 희한케 좋고.

개띠 : "날씨 참... , 이런날은 푸근한 여인네 허벅지를 베고 잠을 잤으면 정말 좋겠어요. ㅎㅎ~"

나    : "푸근한, 흠 푸근한... 그렇네. 그럼 집으로 바로 데려다 줄까?"

개띠 : "에이 참, 거긴 날씨에 어울리지 않지요..."
나    : "확실히 얘기 해. 그런 여인네 기다리는데로 데려다 주께."
개띠 : "그게 말이지요, 제가 뭐 예쁘고 잘생기고... 그런 여자 바라는 것도 아니고,

          그저 푸근한 여인네면 되는데, 이렇게 좋은날에 왜 내한테는 그런 여유 조차 허락되지 않는지 말입니다.
나    : "여유, 여유... 그런 여유가 있으면 , 그 상대도 여유가 있어야는데, 거 참 어렵다 그쟈."

개띠 : "이런 생각 하신 적 있지요?"

나    : "돌부처 아니니까."

 

일요일에도 근무해야 하는 이 사나이의 사무실 부근에 왔다.

"소파에 누워서 푸근하게 낮잠이나 좀자. 혹시나 '나비의 꿈'을 꿀런지 아니. ㅎㅎ~

 허락되지 않은 것이, 득인지 실인지는 지나보면 알게 될 것니까."

"아, 나비라도 되고 싶어라... 잘 들어가세요."

 

 

푸근한 여인네... 라...

집까지 운전하면서 오는 길, 아지랑이 창밖을 보며 되뇌 본다.

 

"술 안마시고 운전한 것 맞재?" - 거실에서 멸치 다듬고 있던 옆지기.

"이래 좋은 날씨에 멸치 다듬고 있나, 이 푸근한 여인네야."

"머라카노, 싱겁구로......"
"날씨가 하도 좋아서..."

 

글쎄,......

겨울 지리산 콘도에 혼자 가서, 밤내내 멸치 한 포대를 다 다듬었다던 어떤 사람이 불쑥 생각나네.

좋은날에, 멸치나 다듬던 건, 무슨 마음이었을까...

 

오늘도, 날씨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