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 그 여운/블랙커피

my 명품 랜드로버!

가을길 2012. 6. 25. 22:13

 

 

새신을 신고 뛰어 보자 아싸~~~!

 

밑창을 갈아 온 신발을 신고 거실에서 저벅저벅 뚜벅뚜벅 거리며 싱긋 하는 나를

옆지기가 희한하다는 듯 보고 있다.

"오우, 마이 랜드로버 ~~~ ♬~~~"

"아이고...,  그 밑창 갈은 것이 그래 좋소? 얼라가 새신 신는 것 보다 더 좋아하네, 참 내..."

- 10년 넘게를 신어 온 마이 랜드로버 4켤레! 물론 밑창은 아마도 두 번씩 정도는 다, 갈아 댄 듯.

 

유유상종, 내 주변 그런 그런 사람들 - 나 부터도 경제적으로'명품' 두르고 다닐 처지 안되는- 중에는

'삐까뻔쩍' 액서서리... 등을 과시하는 뉘 아무도 없어서

카드빚 - 외상-을 내면서 까지 '명품'을 갖추려는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다. - 우물 안 개구리.

몇 년 전, 선물 받았다는 300만원짜리 미국산 수제화(구두)를 자랑하던 녀석은
'아까워서' 신고 다닐 수 없더라면서 딱 한 번, 선 보이고는 그냥 맨날 헌 구두 그대로다. 우리네, 그렇게 산다.

 

하지만, 나는 자랑스런 명품 더러 가지고 있다.

* 랜드로버 신발 4켤레 - 젤로 오래된 녀석은 12년차.

* 서류가방 - '오리지널' 피에르 가르댕 , 이것은 15년 정도 됐는데
                  아마도 어딘가의 외주업체에서 선물 받은 상품권으로 장만, 당시 싯가 무려 27만원 짜리! (뇌물, 그런 것 절대 아닌)

                  조금 낡은 듯 묵은 듯, 은근, 은은한 멋이 좋긴 좋다.

 

랜드로버, 근래들어 네 켤레 중, 두 켤레의 밑창이 션찮아졌길래, 이참에 그냥 새로 장만을 해볼까... 를

곰하고 여우가 의견 일치, 그러기로 합의를 했었는데 말이지,

오마갓뎀! 랜드로버, 요즘 새것은 15~6만원 정도 한단다.
이건 참말로, '앗! 신발, 타이어 보다 비싸다!' - 하도 새 것 안사신다 보니 정보가 부족했다.

 

곰    : 그냥 밑창 갈지 뭐. 아직 가죽은 보들보들 괜찮으니까...

여우 : 아따, 야문 척 하기는. 당신 담배 두 달만 안피우면 새 거 한 켤레 살 낀데...

곰    : 머시 당신 하고는 야그가 안되네. 거기에서 담배 이야기는 와 나오노?

         그냥 마, 랜드로버(매장에) 갖다 주고 온나. (밑창 갈아오라고)

그러마 하던 옆지기, 들고 나갔던 신발을 그냥 가지고 와서는

"밑창 가는 것도 올라서, 이제는 한 켤레에 4만원 달라카네.
 마 그냥 새 거 하나 사자 싶어서 그냥 왔다 아이가..."

"이런 문디 겉은 기, 다시 갔다 온나."

돈도 돈이지만, 10년 넘게를 내 구두약칠, 손질에
아직도 자르르르 고운 때 정다운 빛을 버리기가 정말 아까운 마음이다.

속내 모르는 옆지기는 입이 툭 튀어 나왔지만, 그래도 감히 어느 분부라고!

 

일주일 쯤 지났나?  그저께 옆지기가 찾아 온 마이 명품 랜드로버!

참 그 기가 막히게 중후한 빛에다가 완전무결한 밑창이라니!
어찌나 좋던지 나도 모르게 귀밑까지 입이 찢어졌던 갑다.

옆지기 : "당신, 참말로 얼라 겉소. 그런데도 욕심도 좀 내고 해야 돈을 척척 벌낀데

             호부 밑창 갈아 온 것 가지고 저래 좋아싸서..."

곰 : "내한테 편하면 그기 명품 아이가 명품."

 

랜드로버 신으면서 나는 늘 감탄한다.

10년 넘게를 우째 이리도 가죽이 부드럽고, 물도 안새고,

내가 땀을 잘 흘리지 않는 체질이기도 하지만서도, 여지껏 발냄새 하나도 나지 않고
가볍게 보이지도, 둔하게도, 우울하게도 보이지 않는다.
이제 곧, 나머지 두 켤레도 가을쯤에 밑창만 갈아주면 명품 신발이 네 켤레나 되는 것이다!
즉, 또, 한 몇 년은 이 명품녀석들 때문에 매일 아침을 뿌듯해 할 것이다.

 

참, 명품이 또 하나 있다!

옆 지 기! ㅎㅎ~ - 팔불출이라 캐도 좋다. 내 명품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