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 그 여운/블랙커피

그 후

가을길 2012. 7. 15. 11:25

 

 

 

밤내내 오지게도 퍼붓던 비도 긎은 휴일 아침, 수세미 덩굴에 조롱조롱한 물방울이 싱그럽다.

보름 가까이를 미처 제대로 보아주지 못했던 방울토마토 화분에도 조롱조롱한 붉음들...

 

 

...

...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듯합니다.

 

...

...

패, 경, 옥 이런 이국소녀들의 이름과 ...  - 윤동주, 별 헤는 밤

 

 

아침밥 먹은 지 얼마되지 않지만, 어쩐지
'여유'를 부리고 싶어

진한 블랙커피, 와 다이제스티브 몇 조각 가지고 컴에 앉는다.

'그 후...'

그 이름들을 다 헤어보고 싶어서......

 

 

시작은 이랬다. ( ↓ 아래, 기초 사진) 

언제 봐도 정이 가지 않는 회색 콘크리이트 바닥, 뿐인 '시작'의 현장.

- 네 시작은 비록 미약하나... - 자주 회자 되는 어느 경전의 글.

그래, 함 해보는 거야! 

여기에 우리는, 2층 60평짜리 집을 지어낼 것이란다!

잘 지어서,

우리네 보다 몸 불편한 이들, 그 '밀알'들이 싹트고 꽃으로 피어나서 알찬 열매 될 수 있는
보금자리 되도록 기증을 할 것이라는.

※ 사진 출처 : 네이버 카페 목조주택한마당 2012, 김태우님 (아마도 7월 2일? 첫날의 虛한 현장)

    기초(바닥)의 레벨(수평)을 확인 하는 작업.

 

 

 

 

'... 나중은 심히 창대 하리라'  - 어느 경전의 글이다.

까이꺼, 겨우 60평 짜리 집, 그것도
겨우 껍데기만 해놓고서 뭘 '창대'니 뭐니... 냐고 피식~ 할런지 몰라도.

 

↑ 저 횡량의 콘크리트 바닥에,
망치질도 제대로 못하던 서른 명의 땀, 그 방울방울로 숨 불어넣기 보름,
무대의 막이 내려져도 사라지지 않는 위대한 마술이 이루어졌다.


2012년 07월 13일 아침 ↓, 작업장 근처 산책로에 올라가서 '흐뭇함'을 담다.

 

 

 

 

※ 아래 사진들은, 목조주택한마당 카페의 회원님이 포스팅 한 것을 펌 했습니다.
http://cafe.naver.com/2012woodhanmadang

 

마지막 날, 자랑스러운 얼굴들!

 

 

시내로 볼 일 있어 나갔다가, 미처 저 위의 사진 찍을 때 내가 빠져 있었걸랑, 그래서
따로 한 판 더! ㅎㅎ

 

 

서로의 땀냄새를 늘 함께 했던, 우리 1조 - 6명 정원이었는데, 두 분은 미처 함께 하지 못한 채...

 

 

글쎄, 누군가는 날보고 궁금할 게라.
도대체, 일을 하기는 한 거냐고? 
인증사진. - 못박기 총질을 하고, 톱질, 자질, 망치질... 했습니다. ㅎㅎ~

평생 먹을 수박을 보름 동안에 다 먹은 듯... 그래도 온종일을 화장실 한 번 갈 생각 안나더구만요.

 

 

마치고 나서 ;

목조주택을 짓는 기초 일머리를 배우게 된 기회였음도 좋았지만, 무엇보다도

'멋진' 사람들을 알 수 있게 된 것이 정말 소중합니다.

 

패, 경, 옥... 그렇게 시인은 이름들을 떠올려 보았 듯

지금,

소중한 사람들의 모습을, 이야기를 떠올려 봅니다......

 

가을 깊어 단풍 좋은 어느날

대둔산 길을 가게 되면

들러 주세요, 그 길목
밀알들 꿈꾸며 자라는 아담한 2층집,

기억해 주세요,

땡볕과 빗줄기를 온통, 제 등으로 받아내면서

웃고 격려해 주던 멋진 사람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