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 그 여운/블랙커피

엘리베이터 앞에서

가을길 2012. 7. 26. 19:45

 

 

 

주차를 하고, 엘리베이터 까지는 약 스무 댓 걸음? 정도.

조만치 보이는 엘리베이터 앞에 자그마한 보따리 두 개 들고서

언뜻 보기에도 입이 좀 튀어 나온 듯, 불퉁한 표정의 중늙은 할매,

그 옆에 서자, 할매가 꽁시랑 거린다.

"썩을 넘, 14층까지 갔구만... 쪼매만 지둘리지..."

요는, 보따리 든 할매가 엘리베이터로 가는데

먼저 기다리고 있던 어떤 '썩을 넘'이 할매를 기다려주지 않고서 (열림단추 안눌러주고)

올라 가버렸던 갑다. 그것도 하필이면 저 꼭대기 14층 까지나 말이다. ㅎㅎ~

 

엎친데 덮친다더니, 할매가 애닯게 기다리는 엘리베이터가 14층에서 아래 화살표로 내려오는가 싶더니

9층에서 멈추고서는, 무슨 짐을 싣고 있는지 제법을 그대로 서 있다.

꽁시랑 할매 : "이게 다 그 썩을놈 때문이여..." 궁시렁 꽁시랑...

아따, 그 할매...

듣고 섰지니 내 귀가 송신스럽고 은근히 불쾌해 지네.
나보다 7~8년은 더 살았겠구만, 이 할마씨 소가지라니.

도대체, 몇 층에 사는 뉘집 할맨지, 그집 며느리,사위 참 힘들겠구나... 나도 이제 꽁시랑 거린다, 속으로.

 

드디어!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9층에서 꿈지럭대던 사람의 정체가 드러났다.

아마도, 9층에서 뉘집에서 인테리어 공사를 했던 듯. 작은 사다리야 뭐야...  연장들이 제법 많네.

저것들을 싣는다고 시간이 걸렸던갑다... 생각하는데

꽁시랑할매 : "아, 왜 이시간에 그란대유?" 

인테리어 아저씨는 코대답도 않고, 한 쪽 발로 엘리베이터 문을 막고 짐들을 끌어낸다.

보기에 딱헤서 내가 몇 개 거들었다. "감사합니다...", 그 아저씨가 내리고

할매가 얼른 타고, 내가 뒤따라 타자 말자 문이 닫히고, 꽁시랑 할매가 얼른 단추를 누른다.

2층, 그리고 '닫힘'.

 

마귀할멈을 보았다!

아, 쓰바... 제발 나는 저런 '개념'없는, 심청스런 늙은이 되지 않기를.
- 코딱지 만한 짐 둬 개 가지고 호부 2층으로 가면서 말이지
   멀쩡한 사람을 썩을놈 만들면서까지 엘리베이터 타야 하나?

힘이 딸려서? 라고? 
꽁시랑거릴 그 힘이면 2층이사 너끈히 가고도 남겠두만...

 

14층에 내린 사람, 그(그녀)는 분명히 닫힘 단추를 눌러버리는 등의 썩을 짓은 안했을 것이고, 
꽁시랑할매는, '늙은 내가 가는데 당연히 지가 , 문 열리도록 하고 기다리겠지...' 하며
유유자적 걸음했을 것이고, 그 걸음새의 뻔뻔스러움에는 부처님도 돌아앉았을 것이야...

그 '썩을놈'의 편을 들고 싶음은 왤까...

양보, 배려를 강요할 권리는 없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