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속을 달리는 경의선 열차 바닥에 빵빵한 국방색 더플백(따블백)이
주인의 것인 육군 상병 계급장 붙은 모자를 쓰고 가만히 흔들리우고 있다.
검정색 매직으로 15R1BN2CO - 아마도 15연대 1대대 2중대.
전속을 가는지, 교육을 마치고 귀대 하는지, 교육을 받으러 가는지...
홀로 상병은 내내 무심한 얼굴, 차안의 고만고만한 다른 또래들 하듯 그 흔한 전화기 장난도 하지 않는다.
내사 디지털미디어시티 역에 내리지만, 쟈는 어디 저 종점,문산 까지 갈랑가.
따지고 보면, 사람 살림살이 저만만 - 쓰레기 봉투로 따지자면 100리터 짜리도 안될 - 해도 충분타.
팬티 3개, - 고무줄 아니고 그냥 끈이 든 - 매듭 안풀릴 때 일 급하면 참 죽을 맛이다.
런닝 3개,
손수건 두 장,
디디티 봉지가 겨드랑이 사타구니에 달랑거리는 동내의 두 벌,
전투 복 두 벌, - 둬 번 빨면 백의민족의 옷이 되는 저질염색의
양말 3켤레,
방한모,
동잠바, 내피,
장갑 한 켤레,
통일화 두 켤레,
수 건 두 장,
세숫비누, 빨래비누 칫솔 치약, 휴지 한 묶음
그리고 어설픈 앨범속의 흑백 사진 몇 장
얼굴을 묻고 싶은 일기장 한 권, 볼펜 몇 자루...
- 이렇듯, 따블백 한 자루면 되는 살림, 먹을 것, 기댈 곳만 있으면 1년은 버틸 수 있다.
내내 무표정의 육군상병과. 녀석의 따블백을 보면서
왜 나는, 언젠가의 내 살림살이가 생각났을까?
서울역에서 경의선을 타고, 우리나라에서 제일 긴 이름의 역인 듯 싶은
디지털미디어시티 역 까지 가는 한 15분 동안을 요즘의 따블백 내용물이 몹시 궁금했다.
- 2012년 08월 06일, 출장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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