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조주택 짓기 현장,
7월 5일 08시 40분, 1층 주차장에서
샤워줄기 같은 빗줄기 너머 저어만치, 아직 앙상한 뼈대의 작업장이 흐릿하다.
나, 이제 저기에 가기만 가면, 이내 곧 물 먹은 솜 되어서
반피득이 오징어 같이 흐느적거릴 것이다, 온종일을 나무를 나르고 망치질을 하면서...
'이것 참... 내가 뭣하는 짓인지...' 선뜻 빗줄기 속으로 걸음 딛기가 저어한데,
2층에서 들리는, 조금은 어눌한 목소리들의 외침!
"행복한 날 되세요."
"즐거운날 되세요."
"오늘도 기운 내세요."
서로들 서로에게 격려를 해주는 듯, 그리고 모두들의 박수 소리!
- 2층, 장애인들의 작업장, 거기에서 그들은 휴대용 가스렝니지의 부속품들을 만든다.
삶에 불편함이 우리보다 더 많을 저들이지만, 저렇게도 아름답게 하루를 시작하는구나.
그래! 이제는 저벅저벅 빗속을 거리낌 없이 걸을 수 있겠다.
비는 종일을 내리고 내리고 내리고,
온몸은 이미, 땀으로 빗물로 후즐그레 젖었으니 비를 피하나 마나지만
잠시 천정에 몇 장 쳐진 합판 아래에 서서 한길가 빗속에 펼쳐진 일터를 본다.
쏟아지는 비를 온통 등으로 받아내면서 벽체를 만들고 있는 예, 닐곱 학생들의 망치소리.
어느 청정도량 山寺의 풍경소리가,
어느 삐까 번쩍이는 교회의 종소리가 지금 저, 도드락 거리는 망치소리 보다 아름다울까,
어느 성가대의 합창이, 저 장애인들이 아침마다 선물하는 저 말들보다 곱고 아름다울까...
장맛비 속에서, 아름다운 소리를 두 번이나 듣고서 유쾌해 졌다,
※ 목조주택 짓기에 전부터 흥미 있었고, 업무에도 관련이 있기에
'목조주택 강의 및 실습 (2주일) 코스'에 참가한지 일주일이 끝난 토요일.
정말 빡센 일정의 - 주간 8시간 꼬박 현장작업, 그리고 야간의 2시간 강의-
절반이 지났다. 될까 싶잖던 집짓기, 이제 2층에도 벽들이 어엿이 세워졌다.
서른 명 참가자 중에 절반 이상은 생초짜인 우리가 지은 건물이
장애인 단체에 기증될 것이라니, 이 또한 보람이다.
물방울이 바위를 뚫는다던가, 즉
어설픈 우리네의 땀 방울방울이 모여 장애자를 위한 집이 되는가 보다.
※ 여기 오기 전 까지의, (요즘)학생들(중, 고딩, 대딩)에 대한 내 생각은 지극히 부정적이어서
그저 '모조리 고노미 고놈들이지 뭐...' 란 생각 뿐이었었는데,
'내가 빙산의 일각만 보았었구나...' 하는 미안함이 들도록끔,
거칠고 힘들기만 한 건축현장을 마다않고 찾아와서
온종일을 땀 흘리는 학생들도 있음을 알게 된 것도 흐뭇하고 기쁘다.
그런 쟈들이 있어, 어쩌면 대한민국은 갠차나갠차나 일지도 모르겠다.
※ 이제, 일주일 밖에 '안' 남았다. 여기에서의 '안'은 좀 아쉽네... 싶은 생각에서이다.
'느낌, 그 여운 > 블랙커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가 오면 그칠 때 까지 기다렸다가 밥을 해먹지유, 뭐... (0) | 2012.07.21 |
---|---|
그 후 (0) | 2012.07.15 |
my 명품 랜드로버! (0) | 2012.06.25 |
事査士師詐 - '사'짜는 사잔데... (0) | 2012.06.17 |
장원 - 어떤 메시지 (0) | 2012.06.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