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햇살이 발그레 익어 가을하늘에 주렁이면
사방 어디에고 들큰한 홍시냄새...
시장 좌판에도 얼반 투명한 홍시들이 여름채소 자리를 채웠다!
1곽에 3000은 !
'도오감' - 동이감, 대봉감'을 외할머니는 무척 좋아하셨다.
외갓집 마당의 묵은 감나무에는, 유독 긁다란 송충이들이 버글버글 했더랬는데
거기에 열린 동이감들은, 크기도 그렇지만
달달함은 "야아~...' 소리를 저절로 나게 하는 '우량품종' 이었다.
일하는 아저씨에게 (예전 표현으로는 '머슴')에게 봄철부터 맨날 뜨물 주라고,
틈만 나면 감나무에 올라가서 집게로 송충이 잡으라고 엄명, 및 직접 확인...
찬이슬 맞아 흰 분 돋는 날, 곱게 딴 감들을 일일이 한지에 싸서는
곳간의 무지무지하게 큰 항아리 안에 쌀겨랑 채곡채곡 갈무리 했다가
동지 무렵부터 귀한 손님용으로 내놓고... 그렇게 아끼셨다.
나한테만은 예외로, "할매, 열쇠 도." 하면
"이노무 손이, 또 감 묵을라꼬..." 하시면서도 쩔렁쩔렁한 열쇠꾸러미를 내주셨다.
- 외할매는, 외손주이지만 나를 세상에서 젤로 큰 보물로 아셨으니까..
- 그래서, 악대부 가입도 못하게, 오토바이나 자전거 절대로 못타게 과잉보호...
할매,
지금 할매 계신 33천, 수미산 꼭대기 감나무에도, 도오감 주렁주렁 하지예?
육백 한 판에 한 개씩, 감 따묵기 하고싶지예, 할매?
할매 담뱃대의 진은 누가 빼주노, 요새는......
조선조, 숙종임금님이라던가 ? - 그냥 쉽게 숙종이라고 하고,
하루는 주방(수랏간)으로 슬몃, 살짜기 돌아보자니까,
무수리 한 아이가, 잘익은 홍시의 겁질을 혀로 핥고 있다.
'흠, 괴이한지고 ...' 아뭇소리 않고 지나쳤는데,
그날, 수랏상 입가심으로 홍시가 올라왔다.
'흠, 요것들, 코피를 한 내줘야지...' 작정을 한 임금이 상궁에게 물었다.
"봐라, 봐라, 음식은 어떤 때 맛있노?"
"보시지 않으시면 맛있습니다, 상감마마."
'글쿠나 ... 맞네, 맞어! ...'
잠시 분노했던 마음을 부끄러워 했다, 숙종임금.
홍시껍질은 자칫 다치기 쉬워서 깨끗이 닦기 어려우니까
무수리는 정성을 다해 홍시껍질을 혀로 닦았었다.
※ 뒷담화.
저 일화의 임금이 누구던가? ??? 싶어서 검색을 하는데 (google)
검색창에, '보지 않으면 맛있다,홍시,임금...' 입력하니까
뜬금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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