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먹는 밥' 이란 詩 읽어 보셨는가?
금요일 오후, 고속버스 터미널 - 옆지기 친정 다니러 간다,
"단감 하고 배 깎아 논 거, 그라고 식탁위에 키위는 꼭 잡수소이,
기원 갔다가, 술 너무 많이 묵지 말고..."
"알써, 약속!"
거꾸로 슬슬 물러나는 버스를 보면서 새끼 손가락을 들어보였다.
홀로인 일욜 아침, 자유? 웃기네...
너무하게는 안마신 듯한 엊저녁 이슬 몇 방울이 하도 속을 갉아대서 눈을 뜬 아침,
해가 똥구멍을 찌르는 시간의 적막강산에서, 결국
자유가 무언지를 모르겠더라, 나는.
'이런 때, 옆지기는 뭘 해줬더라....?'
만만한게 홍어 뭣이라고, 커피포트 단추를 누른다.
어쩐지 가벼운 느낌, 포트에 물을 채우고 다시 꾸욱!
냉장고에서 배시시 웃는 단감, 배, 식탁위에 밀감, 키위...
아이고, 이런 거 말고 - 과일은 정말 싫다.
'라면 먹으면, 저 여우가 헤아려 보고서 한 개 줄었다고, 또 라면 먹었냐고 잔소리 할텐데...'
이 '자유로운' 아침에 stranger on the ...
에라, 건너 뛰자 건너 뛰자, 에휴... 속은 갉히고 갉히고
에이, 그 선배, 그놈의 술은 줄지도 않나...
포트에서 끓던 물소리 잦아들고, 아직도 나는 자유롭지가 않네, 뭣이...
굼벵이의 망설임에게도 시간은 간다.
스프를 끓일까, 김치국물만 마실까, 배 한 조각...?
12시! 전화가 왔다...
"3시 반에 도착하는데, 안피곤하면 시간 맞춰 터미널로 올 거냐..."고
피곤할 턱이 없다. 키위 하나 깎아서 터미널로 가져 가야지 귀염귀염귀염.
물 말아서, 지난(작년) 겨울의 김장김치, 아직 아삭한 무를 베어 먹는다.
몇 조각 안낭ㅆ다기에 아껴 아껴 먹던 이마저도 별 맛이다.
"우째 그래 입이 짧노. 똑 외할매 해주던 것만 즐기고..." 하던 잔소리가 없어서인가 보다.
'혼자 먹는 밥'이 밥 같지 않음은, 그 잔소리가 반찬이어서 그런 모양이다.
그 잔소리가 맛이었던 갑다.
music : vocal로 들어보는,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제1번 제1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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