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봄, 땅거미 지는 무렵, 떡볶이 포장마차 옆 텃밭, 나즈막한 잔돌 무더기에 단골 할배 두 양반들이
담배연기 피워 올리며 쭈그려 앉아있다.
한 양반은 좀 말쑥, 깨끗한 차림새인데, 다른이는 어둡살에도 좀 후줄그레하다.
포장마차에서는 술울 팔지 않아서, 동네 할배들은 근처 수퍼에서 소주를 몇 병씩 사 가지고 포장마차로 와서
튀김, 오뎅을 안주로 하다가, 해거름에 헤어지고들 하던데, 오늘은 어째, 퇴근이 좀 늦네...
걱정이 있는 듯, '생각하는' 자세로 세운 무릎에 이마를 대고, 옆머리에 손을 대고 앉아있는 후줄그레 할배 옆에서
말쑥한 할배가 뭐라 뭐라 채근을 한다.
"지금 집사람이 오고 있으니께, 우리집에 가서 저녁이나 먹자고. 그라고서 생각을 해보자고"
후줄할배는 그저, 오만 것이 다 괴로운지 들은 척도 않고......
골목 모퉁이에서 자그마한 할매가 아장아장 오더니, 말쑥할배를 슬쩍 건드리며 고갯짓을 한다.
'그만, 집으로 갑시다......'
말쑥할배, "어허이, 같이 가서 저녁이나 먹자니께..." 또 재촉을 하지만, 괴로운 할배는 대답이 없고.
할매의 '그냥 냅두고, 우리끼리나 갑시다...' 거듭하는 눈짓 채근에 말쑥할배는 부시시 일어나면서
"그람, 먼저 들어가께... 먼 일 있으면 전화 주드라고..."
그렇게 할매.할배는 나란히 골목길로 꺾어 들어가버렸고, 괴로운 할배만 남았고, 포장마차에 LED 불이 들어왔다.
'무슨... ?' 하는 얼굴로 포장마차 아지매에 말없이 물었더니,
"아, 글씨, 저 양반이 집 열쇠를 어데서 잃어버렸는가 봐유. 저 밑에 수퍼고 어데고, 둬 시간을 찾아댕겼더래요.
혼자 사시는 분이라, 참말로, 열쇠 없으면 대문 못 들어가쥬. 열쇠집에 물어보니까 3만원을 기본으로 달라카는데
소주도 늘 얻어 마시는 양반이니, 당장에 돈도 없고... 해서 어쩐대요, 딱해유.
아까 그 동무가, 자기 집에 가서 저녁이라도 같이 하자고 해도 듣지도 않고..."
'몇 년전에 짝을 먼저 보내고, 껄렁껄렁 떠돌이 아들 하나는 몇 해째 소식도 없고 그렇게 홀로 산답니다.
동사무소에서 가끔하던 '노인일자리'가, 요즘은 자주 돌아오지도 않아서, 어렵게 어렵게 혼자 지내고 있다'는, 포장마차 아지매의 부연 설명.
독거, 그 홀살이에는 그런 어려움도 있습니다요.
문 열어 줄 사람이 없다는....
'혼자 먹는 밥'은 먹을 것 아니다.
짝 '홀'로 남겨 두고서, 옆 세상이나 저 세상 가는 사람은 좋은 사람 아니다, 떠난 연유사 어쨋든.
* 혼자 먹는 밥 - 시인 송수권의 '혼자 먹는 밥' 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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