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 그 여운/블랙커피

늙은이는 잘 삐지므로, 말하는 사람의 말재주가 좋아야 한다.

가을길 2014. 2. 27. 22:45

 

 

말재주 -  말을 잘하는 슬기와 능력

 

 

 

4월 쯤에는 그냥 다 접고, 중국 청도로 가서 혼자 살 거라는 *사장, 자기가 잘 아는 맛난 엄나무 백숙집으로 가잔다.

같이 주차장에 갔더니, *사장이 전에 타던 구형 그랜져가, 좀 더 신형인 중고 그랜져로 바뀌었네?

"곧 나가실텐데, 차를 ? 근데, 왜 중고를?"
"에그, 몰라요. 일이 그리 됐어요..."

저녁 먹으면서 하는 말,

"아시다시피, 내가 식구 여의고 혼자서, 20년을 두 놈들 (아들 1, 딸 1) 그래도 남 부럽잖게 해줬잖소.

 다 가르쳤고, 지들 앞으로도 집도 하나씩 해줬고. - 결혼한 아들은 타지에서 살고, *사장은 교직에 있는 미혼 30살 딸과 한집에 지낸다.

 와중에 내 몸이 션찮아져서 이래저래 돈 많이 까먹고, 이제 한 몇 장 (몇 억) 밖에 없는데, 그것이 지금 땅에 묶여 있어서

 당장 처분은 안되고 해서 요샌 현금 사정이 안좋은데, 차가 갤갤거려서 아이들한테 차를 좀 바꿔달랬더니,
 아 글쎄, 요 계집애가  "아빠 건강도 별론데, 중고로 하세요." 합디다. 듣는 그때, 정말 어찌나 서운턴지... 

 같은 말이래도, '곧 중국 가실거니까, 중고로 하세요...' 했더라면 고깝지 않았을텐데 말입니다.

 그래서, 이번에 나가면서는요, 조 계집애한테는 암것도 안 줄겁니다.  서른살이나 쳐먹고, 학교 선생이란 계집애가, 하는 짓거리가 말이지요,

 내딸이지만 어찌나 이기적인지... 쟈 한테 배우는 아이들은 어찌 될런지 늘 걱정인데, 솔직히요. 그런데다가 말하는 저 꼬라지라니..."

 아주 화가 많이 났던 모양이다.

"허허, 거 참, 그 딸내미는 말 한마디 잘못해서 돈 날렸네, 흐흐흐~"
"고놈 지지배, '말재주'가 고와야지요..."

 

'말재주', 말재주...

내가 좀 뜨끔하다.

 

한 20일 전, 동해안쪽에 눈이 많이 많이 온다기에 내심 걱정을 하고 있던 날,

모친이 아침 눈길에 마실 나섰다가 미끄러지는 바람에 갈비뼈에 금이가서, 옆집 할매네에서 급히 병원에 모셔갔다가

집으로 와서 누워계신다는 전화가 왔네. 전화 받은 시간이 오후 4시 좀 넘어...

당장 내려가야겠지만, 다음날 긴한 약속을 한 일 있어서 내가 바로 움직일 수는 없고, 해서

동생을 저녁차로 먼저 보내기로 하고, 모친에게 전화를 드렸다. 그런데 전화 도중에 내가

" 이러 저러 해서 동생 먼저 보내께요. 아뭏던지, '늙은 뼈는 아물기 쉽지 않으니까, 절대로 안정하고 누버 계이소. 일 보고 모레 가께요..."

해놓고서는, 순간 좀 '아차...' 싶었다.

'늙은 뼈'가 아니고, '늙은이들의 뼈는...'  이라고 해야 할 것을, 급한 맘에 그만 '늙은 뼈'라고 해버렸어.... .내 밀재주가 없는 거지...


아니나 다를까, 뭔가 갑자기 좀, 싸아~한 느낌의 전화기.

"오야, 알았데이."  카고는 뒷말이 없네. 여든 중반인데도, 모친의 저 '팩' 하는 성깔은 참 여전타. 짐작이 되고 말고다.


일 마치고 내려가서, 근 보름을 모셨더니 완전히 좋아지셔서 다행인데,

내려 가서 첨 며칠은, 아따 우리 모친, 참말로 억수로 쌀쌀맞게 하데. 거 참...

암만, "옴마, 그기 그기 아니고요, 급한 김에 말이 새서 그랬다 아인교..."

"마, 됐다. 내가 오래 사는 기 죄지 머..."

"아따, 할마씨. 삐지기는 우째 그래 잘 삐지노."

 

'이순 耳順  지난지가 하마 언젠데, 늙은이들은 잘도 삐진다.

그러니까, 누구라도 늙은이들에게 말을 할 때는, '말재주'를 잘 부려서 - 돈 들고 어려운 것 아니니까 - 어른들이 괜히 섭섭해하지 않도록 하기다.

에구, 내 머리 어느새 허~연데, 말재주를 아직도 잘 못 익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