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쪽집에 인터넷전화를 무료로 설치해 준다기에 오전에 들렀다.
- 모 통신회사에서, 자기네 인터넷 오래 써줘서 고맙다고.
그 전화, 아마도, 거의 쓸 일은 없을 것이지만, 공짜라는데야 뭐...
굳이 오늘 가기로 한 것은, 어제 포천에서 가져 온 '진땡이 - 물 타지 않은, 막걸리원액' 와 병에 든 생막걸리를
상하기 전에 옆집의 아저씨께 좀 드려야겠다 싶어서이다.
저쪽집은 거의 비워두기 때문에, 옆집 할매할배와는 별로 깊은 친분 아니었어도,
가끔씩 볼 적 마다, 두 분이 사는 집, 할매가 참 깨끗하고 알뜰하게 살림 꾸리는 것 같아서
우리가 배울 것도, 따를 것도 있는 듯 은근히 좋았다. - 철마다 때마다 고추를 말리고, 호박고지, 시래기를 널고, 장을 담궈 놓고...
그런데, 지난 봄 부터? 그 댁 할매가 어디 아픈 듯... 아마도 , 무슨 암?
-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그러려니 짐작...여름에도 머리에 스카프를...
문을 두드리니, 할배가 나오신다. (75세)
"진땡이 하고 막걸리를 드리려고..." 고 하니까, 반색을 하신다.
말통들이 진땡이와 막걸리 다섯 병을 들고 들어가니,
식탁 위에 접어 놓은 담요자락 위에 혼자서 화투패를 뜨고 계셨던가 보다.
집안에 들어가 보기는 처음이라, 주르르륵 둘러보니, 예상대로 깔끔, 아담하게 정리 된 살림살이들...
잘 익은 콩꼬투리 속 같이 밝은데, 할매는 안계시네... ...
할머니는 병원에 며칠 계셔야 한단다, 아들네가 있는 수원에서...
"뭘, 이렇게 좋은 것을..." 할배는 좋아라 하시는데
'혼자 계시는구나...' 싶어, 어찌 그리도 할배가 쓸쓸하게 보이는지.
'과부집에는 쌀이 서 말이고, 홀애비 사는 데는 이가 서 말' ...
공초 오상순님의 '짝 잃은 거위를 哭 하노라' 싯귀가 머릿속을 스친다.
알뜰살뜰 할매의 손길에 반짝이던 구석구석이, 어딘가 허전해 보임, 그리고
그 속에서 '혼자 밥을 먹는' 사람......
나이들어 홀로 됨은 정말 말도 못하게 쓸쓸하겠구나... 싶다.
할매가 얼른 완쾌하셔서 알콩달콩 콩 두 알 잼있게 지내셨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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