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 이틀새 잡초가 된 수염을 깎아내고 세수를 한다.
얼굴 닦으면서 건성으로 보는 거울 속, 무엇이 좀 많이 허전해진 듯 함은
세면기에 떨어져있는 몇 오래기 흰 머리칼, 검은 것 둬 개...를 봐서인지?
샤워하면서 머리 감고 나면, 배수구에 우르르 몰려있는 머리털들이
가을들어 부쩍 심했다. 이러다가 속알머리 주변머리 다 없어지는가? 싶던데...
올가을들어 첨으로 기온이 영하로 내려갔다는 아침,
가로수들도 아주 엉성해졌다. 그래도
남은 잎새들은 낮은 햇살에도 얼반 투명하다.
그래...
몇 낱 안남게 되더라도, 저렇게 반짝거려야 하는 거야.
잎 진 자리, 겨울눈들은 포근히 봄꿈을 꿀 것이고
대륙성 고기압에 탈모의 머리를 날리우면서 , 우리도 그 봄을 같이 기다릴 것이고.
한 겹 더 새겨진 나이테의 여백에 무엇을 채울까 슬몃 눈을 감아보기도 하고
아직은 전설같은, 신화같은,
'어디 한 길도 더 눈 덮힌 산동네에서의 겨울'일 수 있을까...
행복한 상상을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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