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서, 겨울 잘나기다 !
션찮은 목덜미 때문에 물리치료를 받고 나온 병원, 주차장에
옆지기가 기다리고 있다. 같이 시장을 가자고 ...
시장부근은 주차하기가 좀 그러니까 차는 그냥 두고 걷기로 한다.
쵸콜렛빛 가로수잎들이 바람에 몰려댕기는 보도를 걷다가
"마이 아푸나...?" - 어째, 목소리가 튀는 맛이 없네...
"아니, 오늘로 치료 끝, 했다 아이가, 와 아프게 보이나..."
"이래 보이, 당신 머리가 바람에 날릴때 속이 훵~ 하네..."
"지도 만만찮구마는..."
"옷을 그거를 입고 왔노, 나이들면 더 추레하게 보이는데, 날씨도 이렇고...
당신이 병원에 댕긴다카이, 요새 와 그래 안됐던고 몰라..."
오늘, 뭣이 이사람을 울적하게 하노?
날씨가?
낙엽이?
추레하게 보이는 내가?
"씨잘데기 없는 소리, 얼른 여개(내 포킷에) 손 넣어라. 지는 목도리도 안하고 왔노."
"저 열매 저거는 언제 떨어지노?" - 플라타너스 열매를 보고
"저거 줄기가 되게 질기거등. 겨울 내내 흔들리다가 흔들리다가 봄 되야..."
"... 저래 남아있는갑네... , 우리는 뭐를 남구노."
... ...
아따, 이거 분위기 쇄신해야지 안되겠네.
"입 아픈 소리 하지 말고, 오뎅 하나 묵고 가자."
"노래 하나 불러 조, 그 겨울의 찻집..."
"어이, 미스 윤, 안된 얘기지만 인자 꿈 깨라 꿈 깨.
아이구 정남아 정남아, 이기 마 확~ 궁디이를 주 차삐까↗" - 요즘 텔비에 나온는 대사.
낄낄낄낄 ~ 웃게 만들기는 성공했다만...
그러게, 이번 12월이면, 꼭 30년이네!
남아도는 것 하나 없이 팍팍하게만 지내와서..., 둘이는 무엇을 남겼나. ? ???
- 솔직히, 나는 무엇을 남겨야는지를 생각해 보지도 않았다.
30년이 된 지금, 저사람 가슴속에는 무엇이 남아있을까 ?
이제, 무엇을 남겨주어야 할까?
날씨 꼬라지가 그래서 그랬나, 옆지기의 등성한 머리숱이 바람에 슬프게 보였다.
지금, 밤 8시 반
내일 출장길에 챙겨 입으라고 두툼한 파카를 다림질 하는 옆지기,
"당신, 가래떡 좀 구워 줘요, 3인분... 푸타캐요"
그래, 식욕이 돌아 온 것 보니, 뭔가 당신을 슬프게 했던 것들을 잊게되었는갑다.
가래떡이라, 오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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