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 그 여운/블랙커피

한겨울, 다람쥐의 잠을 깨우고 싶음은...

가을길 2012. 1. 10. 18:11

 

 

 

음력 섣달 보름이 막 지난 날 오후, 출장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나를 장태산으로 유혹한 것은

바로 네 녀석, 다람쥐일 것이다,

며칠전에 온 눈, 양지쪽은 이미 녹았을 테니, 거기 가봤자
앙상한 늑골의 메타세콰이어 뿐인 줄 알면서도
흑석리 사거리에서 핸들을 오른쪽으로 꺾게 한 것은.

- 사거리에서 4km만 가면 장태산, 메타세콰이어 휴양림이다.

 

메타세콰이어, 미출미출한 품세가 언제봐도 그렇게 좋은 '동량 - 기둥감' 이라서

언젠가는, '젤로 커다란 저넘 하나 베어서 돛대로 한, 요트 하나 지었으면...'

생각해 본적도 있었다. 이젠, 뭐 혼자 흐뭇해했었던 꿈이 되고 말았지만...

 

겨울철, 장태산 골짜기의 낮은 더 짧다.

잰 걸음 옮기며 걷는 눈에, 그저 그런 - 예상했었지만 - 심드렁한 나무기둥들 뿐...

그러다가, 아하!

차암, 그녀석 잘있을래나?

지난 봄, 괴불꽃 싹이 틀 무렵에 봤던 고녀석, 다람쥐 녀석...

 

그늘진 길에 구두 (목 짧은 부츠)가 미끄럼을 하도 타서, 새악시 걸음으로

지난 봄, 녀석을 만난 개울 근처에 갔지만, 얼음장 위를 바람에 서걱이는 마른잎 소리뿐...

그래, 이녀석, 포옥~~~ 포근히 자고 있겠지,
도토리, 밤톨... 가득 가득 재여놓은 굴속에서.
어쩌면, 한 날, 그리 짖궂게도 녀석을 따라댕기던 내꿈을 꾸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녀석이 보이지 않는 겨울숲이

참 심심하다, 심심한, 겨울숲!

발을 굴러본다.

'야, 임마, 일나거라. 우리 또 달음박질 함 해야제...'

발을 굴러본다. - 누가 봤으면, 저양반 머하노... 싶겠다만.

 

바람소리뿐인 겨울숲에서 후회를 한다,

내가 늬 꿈을 깨울 뻔 했구나...

그래, 햇살 포근한 날 말이지

괴불 싹 몽글몽글한 날에 말이지, 우리, 또 그렇게 보면 될 것을 말이다... 

 

 

 

사진 ↓ : 2010년 3월 30일, 장태산

 

굴밖에 막 나와서 두리번 거리는 녀석, 넌 오늘 딱 걸렸어!

 

 

 

 

아직 잠이 덜 깬 듯, 똘망똘망하지 않은 눈...

지금부터, 달리기 시합이다!

 

 

 

 

        밥 먹고 합시다!
        겨우내, 배가 고팠던 갑다.

        무언지 모를 풀씨... 들을, 이리저리 뛰어댕기는 중에도 볼따구니에 담아놓기...

 

 

 

           아, 이정도 포즈면 됐쥬?

           - 플리커에 외국친구들은, 가장 멋진 폼 form이라고 하더라만
           내사, 간당거리는 꼬리가 그래 이뿌더라.

 

 

 

                      

 

 

 

 

먹고 살 일도 아닌데 한참을 달음박질 하고 댕기는

녀석과 나를,

괴불주머니 꽃이 웃고 있었다.

녀석의 눈동자에 짖궂은 내가 비추이는 듯...

 

 

 

 

그래, 니도 내도 욕봤다. (2~30분간)
아직은 이른봄, 전혀 바쁘지 않을 너를 내욕심에 뛰어댕기게 했었구나.
잘 자거라, 포근한 겨울꿈속에서.

올 봄, 괴불주머니 꽃 피는 날, 우리 또 봐야지, 그쟈...
그때는, 군밤 몇 개,모델료로 약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