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나기, 기운 좀 차리자고 주문한 붕장어가 도착했다.
* 민물장어는 1kg에 7~8만원 씩이라, 우리가 실컷 먹자고 들면 실로 거금이 들므로, 바다장어를 사서 구이도 하고, 장어국도 끓이기로.
붕장어 : 경남 남해에, 후배의 사촌동생이 해산물 경매인으로 있어서 가끔 생선, 들을 부탁하는데
이번엔 싱싱 붕장어!
구이용으로 큰 것 2kg (1kg에 25000원), - 1kg에 6~7마리, 큼지막, 살도 두툼.
장어국용 5kg (1kg에 10000원), - 합계 10만원.
우선, 점심으로는 양념구이 (1kg, 6마리) ! - 나머지는 아껴 아껴 먹자고 냉동실로.
옆지기, 바닷것은 자다가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록 좋아해서 두툼한 장어구이를 4마리나 해치웠다!
갑상선저하증은 체중증가에 조심해야 된다고 노심초사 하던 사람이지만
그래, 묵자. 묵는 거지 뭐.
장어국 : 아주 제대로 진하게 끓여졌다, 장어 1kg이면, 진한 육수가 일고, 여덟 그릇은 너끈히 나오는데
옆지기는, 추어탕집 같으면 열 댓 뚝배기는 뽑는다면서 자꾸 물타기를 주장한다.
아서라, 진국이 존 것이여, 물 많이 먹어봤자 배만 늘어지지.
우린 양 보다 질, 진땡이야, 진땡이.
진한 장어국에, 장어 주문해놓고서 며칠간의 우여곡절 끝에 구한 '방아잎' 곁들일 수 있어서 好好好!
남은 장어들은 냉동실에 넣어 뒀다가, 말복에도 먹고... 자주 끓여야겠다.
오래 오래 전, 어느 총각이 결혼 하기 전에 지내던 하숙집,
그 건너 건너 담뱃집에서는 여름날 저녁에, 마당에 놓인 반쪽짜리 드럼통 화덕에 걸린 커단 솥에서 무얼 끓이곤 하던데,
키가 이따마난 처자가 왔다 갔다 하면서, 불도 살피고는 했다.
퇴근하고 담배를 사러 가면 그 마당에서 풍기는 구수한 냄새가 어찌도 좋던지...
'저게 무슨 국일까, 추어탕일까? ...' 총각은 여름마다 외할매가 끓여 주던 추어탕 냄새를 느꼈다.
그 이듬해 여름의 어느 저녁, 그 총각은 담뱃집 마당의 평상에 앉아서
처자의 아버지와 장어국을 먹을 수 있었는데, 총각이 장어국 먹는 동안 그 처자는 부끄러버서 내내 부엌에 숨어 있었다.
"역시, 방아가 들어가야 제맛이제?"
"응, 우째 그래 용케도 (방아가) 구해졌는지..."
"그래도, 그때 그 장어국이 더 맛있었던 같네."
"또, 그 소리. 당신 참 간도 큰 남자제. 뻔뻔스럽구로 아부지 계시는데 집에까지 찾아와서..."
"머라카노, 아부지(장인)도 허허허~ 좋아하셨다 아니가."
"그기, 좋아서 그런 기가. 기가 차서 그랬을끼구마는......"
'이서방, 이서방...' 하시던 장인 어른, 오래전에 가셨지만,
간 컸던 그 총각 하고, 마당에서 장어국 끓이던 윤과장댁 둘째 딸은 허연 머리 맞대고서 장어국을 먹는다, 이 여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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