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식들, 쫄쫄 굶었겠네. 늬들은 그래야 돼...'
불역쾌재, 이 아니 즐거운가!
생각만 해도 통쾌해서 핸들을 두드리며 웃는 출근길.
어제, 옆지기 없는 틈에 벼르고 별렀던 모기장을 사와서 안방에 터억 쳐놨다.
모기 물린데가 가려워서 투덜거리면,
"당신만 와 그래 무노? 사람이 추저부면 (더러우면) 모기 잘 탄다 카는데, 샤워 좀 깨끗이 해야지요." 이 소리 듣기도 싫고
견문발검 見蚊拔劍 - 앵 소리만 나면 스프레이 들고 두리번 거리기 - 짓도 싫고,
'제발 오늘밤에는...' 가미가제 전투기 소리 안들리기를 바라며 불안 불안해 하며 웅크려 잠 청하기도 싫어서.
모기란 놈(놈은 아니지만)은 발발발 기어다니기에도 능하도록 진화를 해서, 왠만한 틈바구니는 장애가 되지 않고
또, 요즘 들어서는 엘리베이터 타는 것도 알게 되어서 오만 천지가 다 지들 세상이다.
뱀파이어나 드라큘라가 진화해서 모기가 된 모양이다.
나도 진화하고 싶다.
모기나, 뭐 그런 것들이 내 살갗에 닿기만 하면 한 팔십 리 정도 튕겨나가도록.
하지만 그리 될 수가 없기에 나는 '모기장질' 질을 선택했고
덕분에 어젯밤은 오만 문들을 다 화알짝 열어젖히고, 걱정 하나 없이 큰댓자로 벌러덩 누워서
어릴적 밤마다, 외할매가 우리 모기장에 들어와서 구석구석 잘 다독여 놓곤 하시던 생각을 하다가 잠이 들었다.
근지러움 한 번 없이 푸지근 푸지근 밤내내 잘 잤더니, 이슬보다 더 상쾌, 유쾌한 아침!
'짜식들, 쫄쫄 굶었겠네. 늬들은 그래야 돼...'
생각만 해도 통쾌해서 핸들을 두드리며 웃었다, 快快快 !
내일 옆지기 와서 모기장을 보면 기함을 하겠지만, 그땐 그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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