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 그 여운/블랙커피

방아꽃 피는 뜻은

가을길 2013. 8. 4. 21:15

 

 

 

 

 

 

                                                  방아꽃 : 길이 7~8mm 지름 4~5mm

 

 

 

 

 

 

 

 

 

 

 

 

 

 

※ 방아 : 이파리는 들깨 비슷하게 생겼는데 냄새가 좀 달라서, 싫어하는 사람도 더러 더러 있다.

             하지만 비린내를 못느끼게 하고, 산초가루와 궁합이 썩 좋아서 추어탕이나 장어국에 곁들이면 금상첨화.

             경상도에서는 여름철에 흔하게 볼 수 있고, 이파리로 장떡도 부쳐 먹는다.

 

 

 

 

며칠 쉬고 왔더니, 어설픈 우리 화분에 방아꽃이 피었네.

처음이네, 방아꽃을 보기는!

꽃이 저리 작으니 씨도 그렇겠다. 

잘 여물면, 한 톨도 흘리지 않게 조심조심 몽땅 다 받아둬야 할텐데...

 

 

※ 방아 몇 포기가 뒤늦게 우리집 화분으로 영입된 사연 ;

남해에 갯장어를 주문하고서, 옆지기와 둘이서 좀 고민을 했다.

장어국을 제맛대로 먹자면, '방아', 방아 이파리를 썰어 넣어야 할텐데 (추어탕에도 좋다)

여기 (대전)에서는 방아잎 구하기가 쉽지가 않겠다 싶어서.

 

 

 

고민 하던 어느날, 시장 오,가며 평소엔 무심히 지나쳤던 골목길, 길가의 작은 화단에 분명히 방아!

이파리 하나 따서 맡아보니, 역시 그렇네!
옆지기와 둘이 안도의 미소.

그런데, 그, 방아가 한들거리는 고추가루, 참기름집은 폐점을 했는지 사람 기척이 없어 난감...

다음날 다시 와서, 화단 주인 만나보기로 하고 ㅈ비으로 왔다.

 

다음날 저녁답에 갔더니, 역시나 방아네 집은 고요고요.

저어만치 골목 끄트머리 그늘에 쉬고 있는 할배.할매에게 가서 '저 집, 주인이 없는지...' 물었더니

"글씨유, 요새 참기름은 안짜고, ... 어쩌다가 얼굴 비치던데..."

거 참... 그냥 와야지, 뭐...

 

다시, 그 다음날, - 내일이면 장어가 도착한다는 택배메시지 받은 날 저녁,

일단은 저지르기로 둘이서 합의를 했다. 용케 주인 만나지면 방아를 좀 얻어 오고
그렇잖으면, 그냥
몇 포기 뽑아오고서, 나중에 주인에게 이차저차... 이야기를 하기로,

어둡살 무렵 거기로 갔더니, 방아네 집은 역시나 적막강산.

골목끝에 할매할배라도 있으면 간접적으로라도 양해를 구할텐데, 저녁들 드시는지 뵈지를 않네.

그래, 에라~죄 좀 짓자.
방아, 좀 실한 놈 다섯 포기를 뽑아서 뿌리째 비닐봉지에 담아 오는데

아따, 어째 그리도 간 떨리고, 미안코, 불안코 땀도 많이 나던지.

여간 간으로는 도둑질 몬 해묵겠네... 옆지기 표정도 그냥 핼쓱핼쓱.

죄 짓고는 참 못 살 노릇이다.

 

우여곡절, 향긋한 방아들을 화분에 심어 놓고, 이파리 좀 따서 넣은 장어국은 아주 제맛이었는데,
그 후로,
오,가며 일부러 그 골목 그집앞으로 몇 번을 지나 다녀도 주인을 만날 수 없네.

다행인 것은, 우리가 댓 포기 뽑아낸 자리는 표시도 없더라는.

 

그런 방아가 꽃을 피웠다.

씨를 고이고이 잘 받아서, 내년 우리 화분에 거름을 좀 돋워

무성하게 키워야 한다. 혹시나, 다른 뉘가 방아를 구한다고 할 때 기분좋게 갈라 먹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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