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 그 여운/블랙커피

광복절 2013

가을길 2013. 8. 15. 19:18

 

 

 

 

광복절 아침, 옆지기와 이른 장보기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햇살 피할 겸 쪽방촌 골목으로 걷는다.  

볼 적 마다, '참 비좁고 더울텐데...' 싶은 다닥다닥 작은방들의 골목에

열 집에 여덟, 아홉 꼴로 태극기가 걸려 있다.
주민센터나 뭐 그런데서 마구잡이로 달아 놓은 官制? 아닐까 싶어 눈여겨 보니

깃발의 색이 바랜 정도나 깃대봉, 깃대 꽂힌 자리가 다 다르다.

엊저녁 쯤, 통장이나 반장이 다니면서 '꼭 태극기를 달아라...' 부탁을 했음직은 하지만, 하여간

잘도 잘도, 많이 많이도 쪽방골목은 아침햇살에 태극기를 내걸었다.

광복절... 같은 날은 이제, 가로등 하고 쪽방동네에서만 기억되는 날인갑다.

 

좀 말끔한 15층, 20층 아파트 동네에서 태극기는 콩이다. 가뭄에 콩.

눈에 뵈는 저 한 동의 가구수는 얼추 100 가구는 될텐데, 태극기는 예닐곱 장...

- 층 마다 칸 마다 일찍부터 널어 논 침댓보, 홑이불은 즐비한데...

 

" 저 집(태극기 달아 논)은, 초등학교 일, 이학년 댕기는 얼라가 살거나, 평생 꼬장 꼬장 접장질 하고 은퇴한 할배나

  안그라믄, 시커먼 돈 받은 적 없어 마누라만 고생시키는 융통성 없는 공무원이 살거나 그랄끼다..."

내 실없는 소리에, 옆지기는 그저 "피히~~~"

 

 

태극기 달고, 아니고가 뭐 대수겠노만,
그래도, 이런 날들엔 아침 일찍 태극기 하나 달아 놓으면 마음 좀 푸근할텐데......

어릴 때 잘 가르쳐 놓으면 광복절 삼일절 육이오... 잊지 않는다. 잊어서는 안될 것이니까.

요즘, 그런 가르침이 부족한 것 아닌가? 

 

이런날, 일본녀석들 Japzist ( Japan Nazist)은, 대대손손 이어 질 수치를 안겨준 귀신들 한테 손뼉을 친다.

세계는 늬들이 한 짓을 결코 잊지 않는다, 용서는 할 지 모르지만.

그런데...

어쩌면 우리는, 우리는 잊어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