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 그 여운/블랙커피

이, 아니 유쾌한가! - 연말의 불역쾌재 不亦快哉

가을길 2011. 12. 17. 11:35

 

 

 

 

 

 

* '나에게 빚진者'가 모질게도 다쳤다기에 병문안을 갔다.

  8인용 병실 귀퉁이에서 핼쓱, 머쓱해 하는 얼굴...
  그 얼굴만큼이나 초췌한 부인에게 봉투 하나를 주고 나왔다.

  "몸부터 잘 추스리도록 하소..."

  연말의 햇살에, 엉성한 플라타너스 잎 몇 장이 반짝거렸다.

 

 

* "당신, 천 원짜리 있나?"
  "없는데, 와?"

  " 저 할배..."
 아, 지하도 입구에 웅크린 할배, 그앞에 빈 바구니!

 추운 겨울 바구니에 오천원 짜리를 놓아주는 얼굴이 이뻤다,

 지는, 7만원짜리 가죽부츠가 비싸다고, 비닐부츠 사러 가면서...

 

 

* "송년기념 내기바둑 한 번 하지, 지는 사람이 담뱃불 붙여 주고 커피 타다 주기..."

  선배가 붙여주는 담배맛, 커피맛이 그리도 좋더노 ㅎㅎㅎ

  그죄로, 생맥주는 내가 샀다만...

 

 

* 한참 한참 전 크리스마스 이브, 어떤 까까머리와 단발머리의 첫 데이트,

  "저어기, 별 세 개 는 뭔데요, 참 예쁘네..."


  이맘때, 남쪽하늘에 삼태성이

  그자리에서
  옛날같이 반짝거린다.

  잘 살고 있겠재.

 

 

* 잉크로, 내주소가 씌여진 연하장을 받았다.

  신임 동기회장 녀석,

  니는 컴맹이라서, 주소록 불러내서
  스티커로 붙여 버리면 그만일 것 몰라서 끙끙댄 것은 안다만

  엉성한 니 글씨가 이리도 반갑노!

 

 

* 버스전용차로 위반 범칙금, 일금 오만 냥,

  수납 도장을 받고 나왔다.

  불편한 목사리 벗겨진 내 소나타가 웃었다, 은행 주차장에서.

 

 

* 커피자판기, 누군가가 거스름돈 단추를 안눌렀던 모양이다.

  100원 남았다는 표시!

  300원만 넣고 400원짜리 길다방 커피를 마셨다.

  참 풍요로운 겨울햇살이네!

 

* 밤 11시 아파트 정문 앞
  붕어빵 리어카 바람막이를 내리고 있다.

  "다 팔렸는데요..."

  아, 다 팔았구나!

  빈손으로 들어가야 하지만, 다 팔았다니까 좋다. 

 

 

* 담금소주에 포옥 담군 은행열매 단지에서

  코냑보다 달콤한 향내가 난다, 두 달밖에 안지났는데...

  내년 봄에는, 옆지기의 기관지가 나아질 것이다.

  아, 좋은 냄새!

 

 

* 썰렁한 나뭇가지에

  경쾌한 음표같이 겨울참새들이 앉았다,

  북서풍의 합창을 들려 줄런지...

 

 

♬ : Dreams and memories - cross over 토셀리의 세레나데 / Perry Com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