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 그 여운/블랙커피

아련함 속에 묻어 두고 싶은 어떤 유행가

가을길 2011. 12. 14. 18:30

 

 

아마도, 내가 국민학교 (초등학교라고 쓰기 싫어서) 2~3학년 때쯤?

외가쪽의 형, 누나들은 고등학생이었었다. 권색 교복에 흰칼라의 누나들이 멋있게 보였던...

어느날, 외가의 대청마루에서
누나, 형들이 종이에다 노랫말을 적어서 돌려가면서 보고 배우던 노래,

 

'카네이션 꽃잎 피고 지던

 달빛 밝은 호놀룰루에

 훌라 훌라 훌라 훌라 아가씨... '

 

- 외사촌 형은 친절하게도 호놀루루는 하와이에 있는 땅 이름이고... 설명을 해주었었다.

 

그후로는, 여지껏 한번도 들어 본 적 없었고, 불러 본 적도 없어서
내 기억 어느 구석에 남아있는지 조차도 몰랐었는데...

오늘사 보니까, 그 가사도 곡도 다 내 머릿속에 있었다.

 

 

오늘,

친구가 왔길래, 모처럼 대접 한답시고 신탄진 강변 어느 장어구이집으로 갔다.
주차를 하고서 차에서 내리니, 옆에 대 논 차의 조금 열려진 창에서 ... 귀에 익은 듯 한 노래 ???
차안에는, 술 깨서 가려는지 느긋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비스듬히 쉬면서 듣고 있는 듯...

아, 번개 후려치듯... ... 그 노래 !

 

주르르륵~ 활동사진 필름 돌아가듯 머릿속의 내 하드디스크가 돌아가면서

그날, 그사람들, 그 대청마루, 멍멍이가 그려진 스피커, 그리고 이 노래!

...

...

...

 

노래가 끝날 때 까지 듣고 섰다가, 저만치서
의아하게 쳐다보면서 기다리는 친구하고 식당으로 들어갔다.

"니, 이 노래 아나? ... ..."

"머라카노, 내사 모리겠다. 니는 우째 아노, 저래 옛날 거를?

설명을 하면, 자칫 그날들이 흐려질까봐 대답하지 않았다.
"마, 됐다, 장어나 묵자."

 

참 희한타... 친구는 내려갔고, 장어는 소화 되어버린지도 한참인데

오후 내내를 머릿속에서 뱅글대는 노래...

'카네이션 꽃잎 피고 지던 날...'

벌써, 한 50년이 흘렀는가 보다.

 

인터넷 뒤적거리면, 노래도 제목도 가수도 알 수있겠고, 여기 덧붙일 수도 있겠지만...
그냥,

아련함 속에 묻어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