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 그 여운/에스프레소

엄마의 안경테를 조이며

가을길 2011. 9. 14. 22:05

 

 

추석 차례 촌나물, 영덕 갯 것 풀어 놓고
안경테 어째 좀 조여 달란다,
팽팽팽팽 지독한 근시안경,
日帝, 高女 때 부터 썼다던가
60 다 된 나보다도 더 오래를
엄마하고 같이 산 近視


국민학교 입학날
교문앞 층계에 오그르르 찍은
우리반 단체사진, 뒤켠에 엄마
그때사, 안경도 참 예쁘두마는
... 근시는 졸업도 없다


"이런 거를 끼고, 이래 가주고 어째 왔노, 
 안경점 가면 그냥 해 주는데 ..."
마음 아린 불퉁임.
옆에서, 늘
꼭꼭 조여 주지 못함이다

그단새 잠 들었다,
읍내 장 마실도 겨운 무릎
검버짐 촌할매 엄마
코허리, 70년 묵은 안경자국에 고인
옛날 옛날 눈물들, 아직
아직 덜말랐다 


돋보기 쓴 아들, 베란다로 나가
나사대가리를 조인다
꼭꼭 꼭꼭 조인다, 약속처럼

 

- 엄마의 안경테를 조이며 2011/09 閒月 



 



 

 


'느낌, 그 여운 > 에스프레소 ' 카테고리의 다른 글

vagina monologue  (0) 2011.09.28
무소 - 홀로 간다만  (0) 2011.09.18
상사화  (0) 2011.09.09
홀로 찾는 가을 - 갑사 2010  (0) 2011.09.05
가을연못 - 잠자리  (0) 2011.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