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 그 여운/블랙커피

어느 뒷모습

가을길 2011. 9. 25. 21:01

 

신장이 나빠 20년째, 일주일에 두 번 투석하신다는 목사님,

주례요청을 마다할 수 거절할 수 없어, 투석 마치고 부랴부랴
양주에서, 부인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대전에 오셨더라던가...

 

야외예식장, 가을볕 아래에서 더 까맣게 보이는 얼굴, 포켓에 꽂힌 꽃이

외려 무겁게 보입디다.
짧은 시간에, 들려 주어야 할 말 다 하시고서
내일(일요일) 예배준비 때문에... 하시며 재촉해서 나가시는 뒷모습!
어깨야 본래 가녀렸었지만, 뒷머리가 희끗할 것도 없이 아주 엉성해서
멀거니... 보다가 코허리가 시큰거립디다, 목사님.

이제 그만, 쉬셨으면... ...

 

저 목사님, 내게는 兄같은 작은아버님이시다. - 나보다 3살 많으신...
못된 나는, 대학시절에 삼촌하고 격렬하게 종교전쟁?을 했다, 
삼촌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막걸리를 마시며......

그때도, 아니 한, 십 년 전 까지도 작은아버님은 여유있는 위트, 농담으로 누구의 무슨 이야기든
웃으면서 다 받아주시더니...
이제 가을이 더 무겁게 가녀린 작은아버님의 어깨에 내려앉음을 본다.

아니, 이내 곧, 몇 년 뒤의 내모습을 보는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