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 그 여운/블랙커피

아쉬움 하나를 더 안겨주네, 가을이

가을길 2011. 10. 25. 20:19

 

 

욕심이겠다,

꼭, '느낌' 그것을 굳이 '표현'- 말로든, 글, 사진...- 하고 싶어하는 것 부터가.

가슴 '철렁' 이면 철렁, '찌리릿' 하면 찌릿, '서늘' 하면 서늘...

그렇게라도 느꼈으면, 느낄 수 있었으면 그걸로 흥감하고 재수 좋았다고 해야하는 것.
하지만, 아쉬움은
어쨋거나 아쉬움이다, 아쉬움...

 

재작년? 여름날 어느 아침, 먼 산마루 위에 해가 두웅실~ 하는데

집근처 어느 공사장에 세워진 타워크레인의 커다란 고리(후크 hook)가
마치 그 해를 걸어올리고 있는 듯!

그 뿐!

그래, 그뿐! 거기에 만족해야 하는 것이다.

카메라 가져나오고 어쩌고... 할 수 있는 시간 여유는 없다.

해돋이나 해넘이는 불과 십 초 정도만 시간 안맞아도 원하는 포인트를 놓친다.

- 사진 찍어 본 사람이면 다 아는 평범한 사실이다.

그럼, 내일... 다음에 찍으면 되지 뭐...

노, 네버! 하늘이 어떨지, 그 크레인 붐대가 날더러 사진 찍기 좋으라고

그자리에 24시간을 그자리에 서있어주지도 않을 것이고, 해뜨는 시간도 매일 50초 정도씩 달라진다.

그런것에, '다음'은 없는 것이다.

아쉬움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아쉬움으로... 그 뿐.

 

 

오늘 아침, 10월 25일 아침 6시40분 (음력 9월 29일)

일찍 나서야 할 일 있어, 옆지기와 짐을 들고 나왔는데, 문득 쳐다 본

여명의 동쪽 하늘에, 달! - 그믐께의 달은 새벽에나 뜬다.

아! 음력 그믐의 (완전한 그믐은 10월 26일 (음 9월30일)) 달이라니...

처음, 처음 처음... - 음력 25일? 껜가의 달은 찍어봤었다.

안개도 없이 맑은 하늘에, 그 가녀린, 써늘한, 예리한,요염한 한 칼! - 표현할 방법이 없다, 내재주로는.

걸음 멈추고서, 물끄러미 그저 보고 보기만 할 밖에.

또, 또, 또 놓치는구나. ... 이렇게 오지게, 아쉬움 하나 또 생기는구나...

기다리고 섰던  옆지기, "또 카메라 생각했지요, 당신?"

그래, 이래서 하나 또, 아쉬움을 가지게 되는 것이구나.

오래오래 아쉬워하겠지만, 머릿속에 선연히 각인시켜 놨으니
눈 감아보면 언제던지 떠올릴 수 있음에...

그리고, 두 번을 그런 순간 볼 수 있어서, '운'이 좋았음에 감사를! 

 

 

※ 그런 사진 찍었다, 치자, 그래 그걸로 뭘 어쩔거냐고? 흠...

    그런 질문에는, '그냥 웃지요', 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