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석에서 뭐라 뭐라 쫑알대던 옆지기를 병원에 내려주고
혼자 돌아오는 길, 길가 은행잎들이 햇살에 '너무' 좋아서 좀 울적하다.
옆자리에서 "운전이 거치느니 어쩌니, 가을볕이 더 무서운데 썬크림 왜 안바르느니..."
잔소리 듣는 것이 차라리 백 번 낫겠다...
옆지기와 나, 같이 30년을 병원 갈 일 없이 건강유지는 제법 잘해온 편이었는데,
작년 가을, 갑상선기능저하증으므로, 두 달에 한 번씩 검진, 매일 매일 평생을 투약...
이런 진단 받고서 옆지기 부쩍 울적해 했다. 아는 게 병이 된 건지...
피곤해 지기 쉬울 뿐, 일상생활에는 별반 지장없다...는 의사의 말인데
정작, 본인은 나름 심각, 스트레스... 그래서 병원가야 할 즈음이면 우울해 한다.
그동안 한 번도 병원엘 데려다 준 적 없었다가, 오늘이 처음인 봉사활동인 셈이다.
- 그런데는 혼자 가고 싶다고, 병원 가야 할 날짜를 알려주지 않기도 했지만...
오늘은, 점심 같이 먹고 병원 데려다 달라고 옆지기가 '요청'을 했다.
왜? 글쎄 모르겠네... 혼자 다니겠다며, 내 친절제의에 늘 절레절레 하더니, 왜?
검사 마치고 다른 데 좀 들렀다 갈 거니까, 날더러는 혼자 가란다.
병원 어귀에 내려주고 돌아오는 길,
갑자기, 갑자기 혼자라서 심심하다 심심하다 심심하다.
글쎄, 오늘은 왜? 병원엘 데려다 달라고 했을까?
가을 타나, 아지매? 저녁에 물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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