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 그 여운/블랙커피

보약 補藥 ...

가을길 2014. 11. 19. 15:55



지금 타고 다니는 차를 산지가 10년 하고 7개월.

마침 집 가까운 곳에 지정 장비소가 있어서, 차를 산 그날 후로 엔진오일, 에어컨 필터... 하여간, 차에 관한 것은 전부 다 거기에 맡겼다.

흔히 보는 규모의 정비소인데, 사장도, 직원들도 10년 전 그대로. 그런 그들이 잘 돌봐줘선지 여지껏 탈 없이 말없이 잘 타고 다녔다.


모레 (금요일), 먼 데를 다녀와야겠기에 엔진오일도 갈 겸 정비소로 갔다.

엔진오일 찍어 보더니, "어, 오일이 많이 줄었네요..." 하고서 이리저리 살피더니, 그 무슨 가스켓 (패킹)이 오래되서 거기로 기름이 뿜는 것 같단다.

흠, 그건 좀 문제네. 당장 낼 모레 장거리 가야하는데...

"그럼 그거 좀 갈아 주소."

"당장은 안되고, 둬 시간 걸리고요, 대충 한 25만원 정도 들겠네요. 그런데, 아주  심한 것 아니고 살짝 뿜는 정도니까 좀 더 두고 본 다음에 하지요."

"장거리 갔다와도 까딱 없으까요?"
"에이, 그러니까 제가 좀 지켜보자고 말씀드렸지요. 걱정 마시고, 한 3000km 뛴 다음에 오셔서 체크해 보십시다."

거 참, 고마운 일이다. 불원간 돈 들이긴 들여야겠지만, 당장에 급한 불 아니라니.


엔진오일 갈고, 부동액도 다시 채우고 체크를 하더니

"사람도 차도, 세월 가면 돈이 많이 들지요. 이차도 이제 10년 넘었으니 보약을 좀 먹여보세요." 한다.

"보약? 무슨..."

"그 **원샷 있잖아요. 그거 두 세달에 한 번 넣으면 확실히 달라지거든요. 그런데, 정비소, 주유소, 마트, 에서 파는 것들이 다 달라요.

 젤 못한 것이 **, **  에서 하는 거고요, 정비소에서 넣는게 젤 나은데 삼만 원 합니다."

10년을 아뭇소리 안하던 정비소에서, 내차에 보약을 먹이라고 권할 정도가 됐구나. 그래, 그렇담 먹여줘야지...

내차도 어느새, 나하고 같이 늙어늙어 갔던 갑다. 


그러고 보니, 내게는 봄, 가을 마다, 이 매제 건강 걱정해서 무슨 즙, 무슨 즙... 달여서 보내 주는 손윗 처남이 있지만

이 불쌍한 소나타는 나밖에 믿을 건덕지 없는데도 내가 참 무심했던갑다.

"그람, 엔진오일 넣을 때 같이 넣어주지 그랬소." 그러자,

"에이 참, 그건 엔진오일에 섞는 게 아니고 휘발유 넣을 때 넣는 거지요."

으... 그런가? 이런 이런 이런, 내 무식이!

지도 내도 푸하하하~ 웃었다. 기름(휘발유)도 넣을 때 됐고 해서, 내친김에 보약 한 통 먹이고 나왔다.


처남이 보내주는 보약, 늘 반도 못먹고 철 넘겨서 버리고 하지만, 그덕에 아직은 좀 생생한 듯 하니까

소나타, 니도 보약 원샷이다! 

에구... 우리 10년이 어디냐. 미끌미끌 올겨울도 같이 잘 지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