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숭숭한 꿈자리였던지, 6시도 안 되서 잠이 깬 토요일 아침.
여늬 때는 7시 전,후로 아침 식사를 하고, 한 시간 정도, 음악 들으면서 그냥 천천히 걷기를 하는데
오늘은 일찍 나섰습니다. 가는 길에 담배를 사려, 늘 가는 편의점으로 갔습니다.
아직 해도 안 떴는데, 편의점 밖, 인도에 차려진 파라솔 의자에 대학생으로 보이는 남,녀 짝으로 넷이 앉아서
해장술인지, - 아니면 오늘 술의 시작인지- 커다란 맥주병, 종이 잔 놓고서
가래침 택택 뱉어 가면서 담배를 피우고, 술잔 기울이고들 있었습니다.
얼굴들을 보니, 불타는 금요일 밤 내내 진하게 마신 티가 확연합니다.
솔직히, 곱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 지들 돈으로 마시고, 취하고, 밤 새는 것을 누가 탓하겠습니까 만.
편의점 문을 열고 들어가니, 바깥의 또래 쯤 되는 머스마가 인사를 합니다.
이빠디가 고르고 웃는 인상이 좋은데, 밤샘 근무를 했던 듯, 피곤함이 가득한 얼굴입니다.
우리 형제 어릴 적, 밖에서 종일 놀다가 들어오는 우리 얼굴 꼴을 모친이 보시고서 하시던 표현대로
'얼굴에 쥐가 열두 마리도 더 기어 댕기는 듯' 합니다.
젊으나, 그렇지 않으나 밤샘을 하게 되면 - 일을 했건, 바둑을 두든...- 얼굴에 티가 나게 마련이지요.
담배를 사고 거스름돈을 받으면서,
"밤샘 근무? 몇 시간 근무하는데?"
"예, 밤 10시 부터, 아침 8시까지 합니다."
"얼굴에 밤샘 한 표시가 나네. 철야 하면 돈은 많이 받겠네?"
"낮 근무 때 보다는 많아요."
"심야 뛰었으니 시급으로 한 6천원 될까?"
"그렇게 안 되요..."
"밖에 쟈들도 학생 또랜데 쟈들은 어젯밤 부터 시간 당 얼마를 썼을까? 허허~~~"
"글쎄요......"
시부지기 웃는 모습이 참 곱게 보입니다.
주말을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는 학생이라고 해서, 갸가 뭐 다른 때, 다른 곳에서도 술 안 먹고, 침 택택 안 뱉으리라는 것은 아니지만
같은 또래들인데도, 주말을 보내는 차이가 곱지 않게 보이는 축도 있고, 그 반대도 있습니다.
뭐, 어찌해도 저거들 청춘입니다.
* 아래는, 주말 밤이면 참 심란한, 제가 사는, 대학가의 원룸 골목의 실화입니다.
"아이 씨바, 경찰이면 경찰이지 왜 그래요, 왜?" - 골목에서 싸움질 하는 것 신고 받고 온 경찰에게 대차게 엉기는 청춘. (새벽 5시)
"넌 내가 죽일꺼야. 너 군대 갔다 와도 찾아내서 내가 죽일꺼야. 쌔꺄." - 이런 독종 (한밤중 새로 두 시)
"야 이 나쁜 놈아, 이 나쁜 놈아..." 대낮에 술이 취해서는, 꽁지 빠지게 종종 걸음 하는 녀석의 뒤통수에 소리소리 지르는 여학생. (오후 1시, 도서관 앞길)
"우리가 쓰레기를 버려야 노인 일자리가 생기는 거여...' 키들거리며 커피 컵, 꽁초.. 를 길거리에 태연히 버리는 자석들. - 맨날 천날...
...
...
이런 청춘들 볼 적 마다 참 허파가 뒤집어 집니다. 하지만
편의점 저런 아르바이트 학생들을 보면 참 곱습니다.
그러니 미워도 고와도 우짭니까, 저 청춘들을.
일주일 두 번 정도?
주민센터 앞에 '(노인일자리 *구)' 새겨진 주황색 조끼를 입은 할배,할매 스무 명 가량 모여서
출석 확인을 한 다음, 쓰레기 담을 커다란 비닐 봉지, 집게, 빗자루... 를 받아 들고서는
이쪽 저쪽으로 흩어져서 손주들이 밤새 버린 쓰레기를 주우러 갑니다.
여름 방학 바로 전 어느 날, 집합 시간 기다리면서 할머니 세 분이 나무 그늘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 집이(의) 손주는 언제 내려 온댜?"
"군대 간다고, 내려 와도 며칠 못 있겠다는구먼."
"군댈 가믄, 그람 인자 이짓 그만 혀. 군에서 멕이고 입히고 다 허니께 돈들 일 없잖여?"
"그건 그려. 그래두 몇 푼 뫄 놔야, 갔다 와서 학교 댕길 때 쫌 씩 줄 거 아녀..."
할매들이 그렇게 해서 쥐어주는 용돈이, 손주들의 술값으로 쓰이지 않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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