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팔보채를 보낸다, 그저께는 풋고추 콩나물 잡채를 보냈고...
히로코씨, 일본 큐슈의 벳부가 고향인데, '한국사람 신랑'을 만나 결혼하고 들어온지 일년 남짓.
그런데, 어찌나 우리말을 잘하는지 참 신통방통하단 생각이 든다.
지난 9월 부터, 웰빙 요리반의 우리 조에서 같이 (5명 1조) 배우게 되었는데
집에서 일본 음식을 너무 자주 하니까, 신랑이나, 가끔 오는 시어머니 눈치가 좀 보여서, 한국요리를 배우기로 했단다.
왼손잡이인데, 칼질을 나이 답지않게 (31살) 잘해서, 덕분에 우리 조는 채소 다듬기, 채썰기... 가 무척 수월하다.
* 강사가 히로코 씨를 우리 조에 넣은 것은, 웰빙반 30명이 아무도 일본말을 할 줄 모른다고 하니까, 그러면
아무라도, 영어로는 가능켔냐길래, '요리에 뭐 별 어려운 영어 있겠나...' 싶은 생각에. 내가 쪼매 해보겠다고 해서였다.
처음에는 히로코씨가, 히로코 씨의 표현대로 '영어가 아주 아주 못해요.' 해서 좀 걱정을 했었는데,
사실 영어는 필요없을 정도로, 히로코씨가 한국말을 잘해서, 불편함 없이 우리 조는 도마 소리도 즐겁게 과제를 잘 해냈다.
가끔, '된전분이 뭐예요?' 이런 질문을 받으면,
전분은 한자로 써 보이거나, 일본말로 가타쿠리 라고 해주면 되지만, '된, 되다' ... 이것은 내가 일본말 모르니 참 답답.
'되다' 는 것을 한자로 어떻게 써야 하는지...
영어라면 stiff, 아니면 실물을 보여주면서 thick ...
이렇게 재미나게 일주일에 두 번 (화, 목), 한 달 남짓 같이 맛있게 지냈었는데, 히로코씨가 10월 초에 걸린 감기가 영 낫지 않아서
몇 번의 연이어 결석을 하더니 - 결석 때 마다 밍나하다고 카톡을 보내곤 하더니만 - 지난 화요일에
'몸이 영 낫지 않고, 집에 일이 좀 생겨서 이제 배우기를 그만두어야 한다.
배우는 레서피를 사진으로 찍어서 좀 보내줄 수 있는지? 한국요리 꼭 많이 배우고 싶은데...' 이런 문자가 왔다.
A4 용지 한 장에 두 가지 요리에 대한 재료, 간단 조리법만 있는 강의 레서피는
강사의 시범을 보면서 설명을 메모하지 않으면 제대로 배우기가 쉽지 않을텐데... 걱정 되어서 답을 보냈다.
'메일 주소를 알려주면, 레서피와 조리방법을 틈날 때 마다 하나씩 하나씩 정리해서 보내주겠다.'
그랬더니, ' 너무 너무 고맙지요. 급하지 않으니까 천천히 해주세요... ㅠㅠ'
그래서, 그저께는 '풋고추 콩나물 잡채'를 한 그릇 보냈고, 오늘은 팔보채를 보냈다.
12월 방학 끝나고, 내년 강좌에는 히로코씨가 다시 나와서 한국 음식을 잘 만들 수 있었으면......
팔보채 :
재료 : 해삼 200g (불린 것), 소라 4마리, 새우 (안 깐 것 ) 200g, 갑오징어 1마리, 죽순(통조림) 반 개, 청,홍피망 각 1개씩,
양파 1/2개, 당근 길이 5cm (채썰기용) 1개, 파. 마늘. 생강. 전분 (물전분 으로 2T), 육수 반 컵(해산물 데친 물을 사용)
양념 : 간장, 고추기름, 참기름, 굴소스, 청주, 식용유, 후추
준비 :
해삼 - 물로 씻고 - 끓는 물에 살짝 데쳐서 채썰기. 길이 4cm, 폭 5mm 정도
새우 - 내장빼기, 끝마디 남기고 껍질 제거.(머리 떼서 같이 데친다. - 육수) -데쳐서 등쪽에서 칼 넣고 길이로 2등분.
갑오징어 : 내장, 껍질 제거하고, 배쪽에 칼집. 길이 5cm 폭 2cm 로 자른다. - 데친다.
소라 - 씻어서 데치고, 편썰기.
* 육수 - 새우, 갑오징어, 소라 데치고 남은 국물에 파, 양파, 새우껍질, 새우머리... ) 넣고 끓여서 육수 반 컵 정도 만든다.
죽순 - 빗살 모양이 살아있도록, 길이 5cm, 두께 2~3mm 썰기.
채소 - 피망, 당근, 파, 마늘 생강 - 편썰기.
물전분 : 전분 1 : 물 1~1.2배
고추기름 : 식용유 1 컵 : 고추가루 3~4T. 식용유에 파, 마늘, 생강, 청양고추 섞어서 끓을 때 불을 끄고, 고추가루 넣고 잘 저어 주다가
좀 식으면 키친타월에 받쳐서 거른다.
요리 :
중불 팬에 고추기름을 두르고, 파. 마늘, 생강,청, 간장 넣고, 섞은 다음
채소와 해물 넣고 볶는다 - 육수 넣고 간 보면서 굴소스, 설탕, 후추, 소금.
끓으면 물전분으로 농도 맞추기. 농도 맞으면 불을 끄고, 참기름 두르고, 피망을 넣고 섞어준다. (피망 색깔이 파릇하게)
맛나게 먹기 !
※ 11월 30일 수업 끝나고, 1달간 방학입니다. 2015년 1기 강좌 신청은 11월 27~29일까지 인터넷으로 접수합니다.
내년에는 수업시간이 오전 (화, 목) 입니다, 히로코씨도 신청하셨으면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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