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여기도 있어, 두 개나 있어!"
상수리 나무 밑 낙엽을 헤적거리던, 다부지게 생긴 꼬마(여자애)가 신이나서 할매를 부른다.
저만치에서, 굵직한 막대기로 칡넝쿨, 담쟁이 걷어내며 나무 발치 마다 마다 샅샅이 뒤적이는 할매,
"응, 그거 잘 담아."
"할머닌 몇 개 주웠어? 난 벌써 아홉 개야."
"그거 주워다가 뭐 할거니?"
"우리,묵 만들거예요."
"청솔모도 도토리 좋아하는데..."
"청솔모가 뭐예요?"
"다람쥐 비슷한데, 여기 살거등."
"청솔모도 도토리 먹어요? 어떻게요?"
"도토리 줏어 모아뒀다가 겨울에 제 밥으로 먹는데, 우리가 이거 다 주워가면 청솔모는 겨울에 굶어야 되."
나를 빤히 쳐다보며 고개를 갸웃대던 꼬마가 도토리 두 개를 나무밑에 놓으면서
"할머니, 이거 청솔모 밥이래."
"언능 주써(주워). 씨잘대기 없는 소리 말고..." - 뒷말은 분명, 나 들으라고 하는 게다.
나도 이제 적잖은 나이지만, 가끔은 '늙은이들 참, 엔간히도 이기적이네... ' 하는 생각 들 때가 있다.
봄철 나물 싹 돋을 때 부터, 겨울산 산수유 열매 반짝거릴 때 까지
힐끗 힐끗 번들거리는 그 욕심스럽고 뻔뻔한 눈, 억척같은 손으로 가림 없이 훑어대는 냥은, 보는 내가 민망타.
요샌, 그 밑도 끝도 없이, 암에, 당뇨에, 혈압에, 풍에 ...,
산채, 산열매들이 만병통치로 좋다고 주접을 떠는 '종편방송들' 때문에 더 심해진 듯.
자아 !
이래서 저 꼬마에게 새로운 지식이 습득되었다.
'도토리는 산에 가서 주워오면 된다. 그리고 맛난 묵을 만들어 먹는 것이다'
소나무 가지에 청솔모, 참 멀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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