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대면 하고 인사 나누지 않은 사이라도, 맨날 뵈던 얼굴이 뜸하면 가끔씩은 궁금하기도 하고... 그렇다.
추석 (9월 8일)이 한참 지난 어느 오후,
"형아, 저기..."
책가방을 맨 형의 걸음을 따라 종종거리면서도, 연신 아이스크림을 족쪽거리던 꼬맹이가 턱짓을 한다.
녀석의 턱이 가리키는 건, "9월에 만나요 ♥" 라고, 코팅해서 달아 논 떡볶이 포장마차.
- 이 알림은 아마도, 7월 중순 무렵에서 부턴가 걸려있었다.
"응... 한참 지났는데 그지..."
"또 아픈가 봐, 아줌마가."
"아니야, 여름이라고, 어디 놀러 갔겠지."
"그렇게 오래 놀아? ..."
그 꼬마는, 손에 1000원 짜리 한 장 들고, 칼같은 겨울바람보다 더 쌩쌩하게 포장마차로 가던 그녀석이네.
제 어린 소견에도 오랫동안 보이지 않는 붕어빵 아줌마가 좀 걱정이 되는 모양이다.
지난 늦봄 무렵에는 "몸이 아파서 쉽니다" ... 우울한 글 붙여놓고선 몇 며칠을 안보이기도 하더니
이번엔, "9월에 만나요" 해놓고선 9월 다가도록 문이 열리지 않으니
꼬마도, 이 희끗한 나도 걱정? 되기는 매한가지다.
한글날 연휴 즈음, 담배를 사러 가다 보니 포장마차 문이 열려있네!
묘한 , 반가움? 안심? - 그 포장마차에서 한 번도 붕어빵, 오뎅 꼬치를 사 본 적 없었지만서도.
훤히 열린 문을 보니, 일전, '파란편지님이 올리신 글 '명랑한 거리' 가 생각났다. http://blog.daum.net/blueletter01/7638469
그래서 담배를 사가지고 오는 길에 포장마차로 들어갔다.
한 40대 중반? 의 붕어빵 아줌마가 좀은 뜨아해 하는 얼굴이다.
맨날 그냥 지나치던 희끗한 어른이...? 싶은갑제.
낮은 의자에 앉으며 떡볶이를 달라고 했다. - 자리에 앉는 것은 먹고 간다는 뜻.
"9월 다 지났는데도 문을 안 열어서 궁금했었다가, 오늘 문이 열렸기에..." 했더니
더울 때는 장사가 안되고 해서 찬바람 들 때 까지 쉬었더란다.
"지난 봄이던가, 몸이 아파서 쉰다고 하고서 꽤 오랫동안 문을 닫았던데..."
어딘가 몸이 좀 부실한 듯 뵈는 아줌마는 그저 고개만 끄덕인다.
"이제 날씨 좀 추워지면 붕어빵도 굽겠네요. 그람 장사가 좀 낫겠지요?"
"겨울도 힘들어요. 골목길 바람이 아주 세서..."
거 참, 그렇겠네... 나는 늘 이렇게 생각이 얕다.
아줌마를 봐서라도, 이 겨울 이골목은 바람이 살짝만 불었으면 싶다, 올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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