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살'님께서, 초하루 법회에 데려다 달란다.
- 여늬때는, '법회'에 가는지 오는지 전혀 의식하지 못했다.
수 년전, 우리 보살님 몸 안좋을 때, 유성에 있는 어느 절에 데려다 준 적 있었고 오늘이 처음이다.
옆지기, 맨날 천날 '믿음에만 매달리는' 그런 부류 아니기에 절에 가는 것, 나는 꺼려하지 않는다.
오늘은 법당까지 같이 들어가자길래 쭈볏 쭈볏 줄래 줄래 따라 들어갔다.
교회나 절이나, 새로울 것 전혀 없다, 내한테는. 궁극은 이미 다 같음을 아니까.
법회는 이미 시작되었던 듯, 백 여 명 신도들이 앉은 가장자리의
'우리보살' 옆에 앉았다가, 조용히 물러나와서 나와서 법회 '구경'을 한다
중간 중간, 절을 수도 없이 하는데, 저어기 보이는 우리 보살님은 무엇을 기원하는지 모르지만
진중한 자세가 참 됐다, 됐다, 됐다! 우리 보살이라고 해서가 아니고.
초파일 맞이 등이 주렁 주렁한 마당의 등그림자 구경을 하고 있는데
" '처사'님, 식당으로 가셔서 점심공양 드시고 가세요..." - 기념품 진열대 옆의 왠 보살님.
아, 맞다, 처사 處士!
절에 오면 나는 처사라고 불리운다.
옆지기는 '보살' ...
보살이 기원하는 옆탱이,
멀건 처사는
간절함의 보살이 새롭다
금칠 불상, 꽃 덮힌 불단, 경 읊는 승 아니라
자신을 보고 싶어하는 보살이 보인다
비우느니 버리느니
말 뿐인, 겉 보이기 없이도
배우지 않은 우리 보살은
훤하게 알고 있는 듯 했다,
멀건 처사가 눈을 좀 더 떴다.
공양간(식당)에서, 묵은지 몇 쪽과 국수 한 대접의 점심을 먹는데
깔끔한 묵은지가 맛있어서, 처사가 물었다.
"보살님, 김치값은 좀 낫게 드렸나?"
"몰라도 되요."
그래, 굳이 알려고 물은 것도 아니다.
업보 풀자고, 복 달라고... 오만 등들이 출렁인다, 절마당.
우리는 '등' 안단단다. - 찬성이다. 할 거면 차라지 시주함에 직접 넣을 것이다.
-딸내미 대학입시 있던 해, 딱 한 번 달았었다.
보살과 처사는, 절을 나와서
처사의 저녁 반찬, 두루치기 한다고 '비계' 많은 돼지고기 썰어 달라고 정육점 가서 1kg 샀다.
- 교회 갔다 왔었더라도 처사는 담배, 술 했을 것이다.
교회도, 절도, 고기도, 술도... 내 생활이다.
여우보살의 새로움이 흐뭇했던 데이트, 좋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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