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 그 여운/블랙커피

문득... - 6월에

가을길 2012. 6. 14. 20:48

  

 

개망초 한 가득한 언덕배기 아래, 제법 큼지막한 논에 이앙기가 모를 심고 있다. 

노숙한 개망초 어떤 녀석은, 하마 공정대의 낙하산 같은 홀씨를 날리고 선 6월!

댓 마지기는 족히 넘을 듯한 논의 모내기인데, 이앙기 운전하는 남정네 하나, 그리고

이따금씩 이앙기에 모판 실어주는 아낙 하나, 딱 단 둘 뿐이다.

예전이었으면, 저만한 논에는 족히 여나믄 명이 소리하며 철벅이며 모내기를 하고 있을텐데. 

이앙기로 모내기를 하게 된 것도 벌써 2~30년 정도 됐겠다.

 

중, 고등 시절 이맘때면, 집안 농사짓기 도우라는 '가정실습'이 며칠씩 있었다.

논에 들어가서 모를 심어보기는 못 했지만, 외할배네 너른 논에 가서 못줄잡이를 더러 했었다.

중간 중간의 새참 때면, 거머리 붙었던 자국이 벌건 종아리의 아줌마, 아저씨들 틈에 끼어서

국수야, 쌀밥이야, 고깃국... 먹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가까운 산그늘의 뻐꾸기 소리...


호젓이 모내기 하는 저 두 사람이, 갑자기 쓸쓸하게 보인다, 아니

멀거니 보고 선 내가 쓸쓸하다.

 

농사 많은 고장에서의 요즘, 모내기나, 뭐 밭농사 철이면
짜장면 철가방, 흐드러진 허벅지로 50cc 오토바이 타고 농로를 누비며
커피 배달하는 아가씨도 등장하는 것이 트렌드라는데...

 

그나 저나, 유월도 벌써 하지가 다되었으니

이번 주말엔 꼭 매실을 따러 가야 하는구나.

 

모란 벌써 지고, 먼 산 뻐꾸기도 날아 가버리도록 그냥 보내 버린 봄날들이

문득, 아깝고 안타깝다.

 

저 언덕배기, 마른 개망초, 눈부신 억새꽃에 가을빛 가득한 즈음이면

여름 다 가고 가을 깊을 때 까지, 무엇을 했었냐고 나에게 묻고 있겠다,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