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 잠시 일 보고 들오는 나를 소파에 누워서 맞이하는 것이 좀 불안타 싶더라니,
대충 내가 차려 먹는 식탁에 마주 앉아 물끄러미 보더니, 그예
훌쩍이네, 이사람...
'당신 한테도, **이 한테도 짐 되기 싫고, 어디 뭐 조용하게 자는 듯 죽어버리는
그런 약이 있으면 좋겠단다' ...
그러면서, "내가 아파 누웠으면 (누워 있으면), 당신은 내한테 잘 안해줄 거잖아..."
이런 택도 없는 소리 하면서, 이제는 방에 들어가서 섧게 섧게도 엉엉거리네.
이거 뭔 소린지, 참...
한 이틀을 자꾸 소갈증 나고, 천길 만길 몸이 추욱 쳐지곤 해서 가까운 병원에 갔었다고 한다.
링거를 좀 맞아볼까... 싶어.
'혈당 수치가 240, 당뇨가 있는 듯 하니까 전문병원 가서 검진 받아보라...' 는
동네 내과 의사의 말을 듣고 와서, 옆지기 드디어 제풀에 스러진 것이다. (쓰러진 것이 아니고).
그렇잖아도 갑상선 저하증, 왼쪽 무릎저림에 갱년기... 우울해 죽겠다는데
당뇨, 당뇨까지... 라...
덤덤한 척 듣기는 했지만, 참 착잡하네, 마음.
거기다가, 잘해주느니 아닐 거라니... 울먹거리는 소리...
퇴근하고 온 딸내미, 심각한 얼굴이더니, 제방에 들어가서 한참 있다가
잠시동안에 벌개진 눈이 되어서는 무언가를 제 엄마 한테 보여준다.
'당뇨병에 좋은 음식, 식단...' - 인터넷에서 자료를 뽑아 프린트 한 것이구나... 믕믕믕...
"옴마, 내가 여기 있는 것 다 해주께, 훌쩍훌쩍..."
옆지기는 더 섧게 섧게 울어쌓고... 참 심란심란심란.
밖에 나가, 담배를 몇 대 피우면서 한참을 생각해 봤다. 평소의 저사람 식습관을 고려해 볼 때
절대로 당뇨 카는 것은 가당치 않은데 말이지. - 갑상선, 무릎이야 그렇다 하고.
그런 것이 있는지 모르지만, 아마도 '일시적'인 현상일지 모른다... 대충 반풍수 같은 생각으로 정리했다.
"당신 말이지, 컨디션 안좋고 해서 일시적인 당뇨현상일지 모르니까, 월요일에
꼭 병원가서 정밀검사를 받아 봐여..."
"치이, 지가 뭐 안다꼬 일시적이니 머라 캐쌓노... 엉엉엉..."
그날밤, 딸내미 성화로 셋이서 민화투를 쳤다.
옆지기도 딸내미도 민화투 밖에 모르고, 일년에 한 둬 번 정도 치는데
옆지기는 민화투로 돈따먹기는 아주 재미있어라... 한다.
이날만큼은 두 장 집어오기, 패 숨겼다가 써먹기 ... 따위 안하고 1300원 잃어 줬다.
월욜 오후 2시, 출장으로 인천에 있는데 전화가 왔다.
"병원가서 다시 재보고 진단 받았는데, 수치는 110 이고, 몸 컨디션 안좋아서 그런
일시적 현상이라고 카네..." 생글생글...
"봐라 봐라, 어른말 잘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 안카더나, 그쟈?"
"응, 당신 말이 맞네. 그런데 당신은 일시적인 것, 그런 거를 우째 알았는데?"
"임마, 오빠야가 모르는 것 있더나, 마 확 주차뿔라, 이 정남아.
인자, 잘 안해줘도 되재?"
"어데, 그래도 잘해줘야지..."
"알겠다, 그래 잘해주께, 잘해주께, 오야."
그날,
무엇이, 무엇에 옆지기는 그리도 섧웠을까?
왜, 내가 잘해주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했을까?
나는 전혀 모르고 있지만 (지금도), 함께 한 31년 동안 내 무엇인가에
서운한 것이 있어서 그런 상 싶은데... 따져야 하나, 곱게 물어봐야 하나
그냥 넘어가야 하나... 답이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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