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3,4 일 쉽니다, 아들 야구 응원 때문에!'
이런 알림이 중국집 문에 붙었더라니...
회사 정문 앞 한적한 길, 슬리퍼 신은 채로 건느면
백반집, 중국집, 갈비탕 집 (9월 초에 개점), 편의점... 다 아는 얼굴들이다.
점심시간 한참 지난 때, 중국집 주인이 세차를 하면서 켜 논 음악, 비트 beat가 여간 센 것 아니네.
"아따, 그 비트 좋네...' 하니까
"좋아해서요. 안바쁘시면 담배 한 대 피우시죠."
- 즉, 식당 뒤켠 느티나무 아래 평상에서 좀 쉬자는 말이다.
궁금해서 물었다. 아들내미 야구 응원 결과가 어땠냐고.
"아, 갸는 늦둥인데, 내년에 S 고등학교 야구부로 가기로 이번에 결정 되었어요."
여간 흐뭇, 대견스러워 하는 것 아니다. S 고등학교라면 야구 잘하는 학교이기 때문에 당연 그렇다.
"이제 한 2~3년 지나면 TV에서 자주 보겠구나. 그람, 그때는 사장님이 당근 크게 쏴야재."
"소 잡아야지요, 예.
저 동네 (가리키는 쪽 산 밑 동네, 소를 많이 키우는) 소가 참 좋아요. 2~3백이면 사는데
좋은 놈 잡아서, 동네 사람들이 갈라서 먹었는데, 참말 꼬솨요 (고소해요). 얼마나 꼬숩는데요. ㅎㅎ
그때되면, 사장님 한테는 젤로 맛난 데로 드리께요. 정말 꼬수와요ㅎㅎ~."
말만 들어도 참 꼬숩다.
골프도 정치도 할 줄 모르며 지내는 우리네 이야기는, 뭐
' 큰놈은 군 장교인데, 별자리 부관으로 뽑혀서 서울에서 근무 하고 있고요...
삼순이 (주먹만한 강아지를 며칠 전에 사왔다) 조고는 말이지요, 아 글씨
장보러 갔는데, 다라이 안에서 날 빤히 쳐다 보는게 눈이 그렇게 이뻐서 안고 왔지유...
어제, 오늘 공장이 바쁘신가 봐유, 큰차가 종일 왔다 갔다 하던데...
"삼순이 조 고, 온 다음날이지 아마, 비가 억수로 오는데
깨갱거리며 숨 넘어가는 소리 나길래 창으로 가서 보니까
축대로 미끄러져서 목끈에 대롱대롱 매달렸대. 장화 신고 우의 입고 가서
끌어올려 줬지 ㅎㅎ." - 실화.
"아이고, 그런 일이 있었네요. 집에서는 들리지 않아서...
사장님이 우리 삼순이 은인이네요, 참말.... 꼭 식당 들리세유. 안줏거리 맛있게 해드리께요."
담배연기 피워 올리며, 우리가 제 이야기 하는 줄도 모르고
아직 물렁한 잇빨의 삼순이는, 옆 갈비탕 집에서 준 뼈다귀와 씨름을 하다가
고 똘망똘망한 눈으로 우리를 보다가... 뜬금없이 왈왈 거리는데
우리 이런 이야기 듣고 섰던 가을해는 벌써 느티나무 잎새 사이로 내려 앉는 가을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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