話頭 ; 달다 !
#1. 의상과 원효가 당나라로 유학을 가는 길,
어느날 늦은 밤, 피곤에 못이겨 앉은 자리에서 잠이 들었다가
원효가 밤소나기에 잠이 깼다. 목 추기려 더듬는 손에 물 담긴 것이 분명한 바가지가 잡혀서
그냥 '아이고, 참 달고나 참 시원쿠나...' 목을 추기고서 다시 잠이 들었다.
날이 밝아, 문득 어젯밤 물바가지에 생각이 미쳐서 돌아보니
손 닿았음직한 곳에 하얀 해골이 있고, 그 해골바가지 물속에 지렁이 몇마리가 꿈틀거리네.... ...
순간, 원효는 '한소식' 해버렸다 !
그리고, 당나라에로의 修學을 마다 하고 서라벌로 돌아와서 나름의 길을 보여 주었다.
- 덤으로 요석공주와 사랑을 하고, 설총이란 아들을 둔 것도 회자되는 달콤한 이야기다.
그 밤, 그 목마름의 순간에 부지불식 무념무상의 찰라에 마신,
지렁이 득실거리는 해골바가지의 물보다 달디 단 것은 없었던 것이다.
#2. 들판에서 사자에게 쫒기던 사람이 엉겁결에 등나무 덩쿨 무성한 우물에 뛰어들었다.
덩쿨에 대롱대롱 매달려서 보니
약이 바짝 오른 사자, 우물가에서 으렁대고
우물 바닥에는 시퍼런 눈빛의 독사가 입맛을 다시며 또아리 틀고 있네...
왓셸아이두~
아, 이 뭣이 이런 문디겉은 경우가 있노... 생각하는데
머시, 생쥐 한마리가 그 샾 sharp 한 임플란트 잇빨로 덩굴을 갉아댄다.
왓캐나이두 !
미치도록 절박한 이 순간, 사나이가 잡고 있는 등나무 줄기에서
달콤한 방울 하나가 떨어지네. 우와 이뽀오~~~!
등나무 줄기속에 있는 벌집에서 꿀이 한 방울씩 또오옥 또옥 똑...
사나이 얼굴에 떨어지는 거야... 우와!
이때, 우물안의 사나이가 느끼는 것은 무엇일꼬? 라고 祖師 들은 물었다.
#3. 30년 가까이를 아파트에서 살다보니
맨날, 식전부터 컬컬 맹맹한 공기의 맛이 전부여서
뭐, 냄새고 맛이고... 그런 생각 조차도 없어졌다.
엊그제, 1박 2일로 다녀 온 workshop, - 유네스코 평화센터(이천 영어마을)
밤내내 車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숲속에서 늦게늦게 까지
어우렁 더우렁 술을 마시고 녹초가 되어 널부러져 버린 꿈자리에서 깬 아침,
커튼을 젖히자, 이런, 이 무슨 이런 달콤한 공기가 있더란 말이냐!
여늬때라면, 숙취에 멍한 머릿속으로는 그저 늘 그런,
아무 맛 없는 공기속에서 무감각의 호흡이었을텐데...
밤내내 오던 비가 그친 숲길에서는
가슴이 제 알아서 저절로 활짝 열린다.
느긋이 유유히 걸어보는 초가을 아침은
나지막한 렘브란트 빛살과 부지런한 딱다구리의 경쾌한 부릿짓 소리...
시나브로 걸음 늦춰지는 '달디 담' !
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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